today:
10
yesterday:
149
Total:
997,664

경상남도 사천 실안노을길 _ 팔도의 길을 걷다

simbang.com(된장과고추장) 2012.07.21 23:36 Views : 2120

[취미]

팔도의 길을 걷다

경상남도 사천
실안노을길

생의 서정 찾아 삼천포로 빠지는 길
사천 해안길 걸어 삼천포다리 지나 남해 접경까지
 순간 망연했다. 우리가 본디 갈 곳이 삼천포였나, 사천이었나. 진주터미널에서 사천 가는 표를 끊던 중 매표소 창문에 적힌 ‘삼천포’라는 글자에 못 볼 거라도 본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알기로, 과거 삼천포시는 1995년 사천군과 통합하여 지금의 사천시가 됐고 삼천포라는 지명은 행정구역에서 영영 사라지지 않았나. 사천이 삼천보다 수가 많아 사천이 됐다는 말이 우스개처럼 돌지만 두 지역이 합하는 과정에서 삼천포가 아닌 사천이 된 까닭은 삼천포에 대한 세간의 억울한 오해도 적잖이 통했을 것이다. 이 땅을 단 한번 밟아본 적 없는 자들도 저 아쉬울 때마다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고들 말하니 대관절 삼천포가 전국구 동네북은 아니잖은가.

어떤 장사꾼이 장사가 잘 되는 진주로 가려다가 길을 엉뚱하게 들어 도시가 작은 삼천포로 가는 바람에 낭패를 봤다는 얘기부터, 삼량진에 휴가 나왔다가 진해로 귀대하려던 해군들이 잘못하여 삼천포 가는 기차를 타는 바람에 복귀 시간을 어겨 혼이 났다는 얘기, 부산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계양역을 경유하며 진주행과 삼천포행으로 객차를 나눠 운행하는데 이때 진주로 갈 사람이 방송을 잘못 듣고 삼천포로 왔다는 얘기까지. 저들이 삼천포로 빠질 수밖에 없는 사연을 듣자 하니 참 그럴 만도 하다 납득도 됐으나 일개 떠도는 설이고 분명한 것은 삼천포는 이 세상에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서울에서 진주를 거쳐 네 시간 만에 일행은 삼천포로 빠졌다.

삼천포, 세상의 길을 잃는 곳

삼천포터미널에 내려 남쪽으로 걷는다. 오후의 햇무리로 사위는 온통 나른하다. 시큰한 바다 비린내에 겨우 잠을 깬다. 삼천포항을 지나 노산공원에 닿는다. 나지막한 둔덕인데도 산그늘이 깊다. 바다로 겁 없이 비쭉 튀어나온 산인 탓이다. 까딱 서서 먼 섬 보는 자리다. 미루나무 이파리와 개꽃이 환한 꽃밭을 지나 문학관에 이른다. 시인 ‘재삼(朴在森)’에게 닿는 길이다. 삼천포, 그리고 이곳 노산에서 어린 재삼은 갯바람과 뒹굴며 반짝였다. 문득, 눈부시게 아름다운 삼천포 봄 바다 위에 진주장터로 생선 팔러 간 엄매를 그리며 웃지도 울지도 못했던 한 소년의 마음이 되어 본다.

그때 살갑게 웃는 얼굴 하나가 각시처럼 나와 마중하니 이 땅의 감당 못할 추파에 맥없이 삼천포에 빠지고 말았다는 사천시 문화해설사 조맹지(48세)씨다. 그녀의 수더분한 안내를 받으며 문학관 옥상에 선다. 팔포 바다를 지면으로 솟은 와룡산과 각산을 등지며 가슴에 은파를 새긴다.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과연 만개한 꽃의 찰나인지 아니면 절정을 다 하고 이제 막 져 버린 꽃의 은밀한 사후인지 가늠할 수 없는 노릇처럼 기쁨과 언짢음, 설렘과 불안, 삶과 죽음을 도통 구분 못 할 때가 있다. 놋다리로 건너서 노산이라는데 물이 차면 하릴없이 외로운 섬이 되고 마는 이 산에서 재삼은 가난의 허무에 갇히기보다 생의 찬란한 미지수를 헤아렸다. 사람 사는 섬이 열 개, 사람 살지 않는 섬이 서른다섯 개라니 망망대해여야 할 바다면서 아득하지도 못하다. 마침 동창회 모임이 있어 경기도 의왕에서 모처럼 꽃단장하고 사천을 찾았다는 박재삼 시인의 아내 김정립씨와 마주친다. 고인이 된 시인의 빈자리에 오랜 정인(情人)들이 앉는다. 달갑고 설렌 낯으로 태어나 처음으로 서툰 안부를 건넨다.

아픔과 아름다움 사이

다음날, 정오를 넘기고 적당히 노곤할 무렵 충무공의 위용이 정박한 모충(慕忠)공원에서 문화해설사 조영규(63세)씨와 만났다. 사천시 송포동 해안과 접해 있는 모충공원은 바다로 돌출한 각산의 끝자락으로, 사람들은 그 생김생김이 꼭 거북의 등딱지를 닮았다 하여 ‘거북등’이라고 불렀다. 서북쪽 바다를 거스르며 나타나는 연안 ‘모자랑포(毛自郞浦)’는 오래 전 사천해전이 있던 날 이순신의 조선 함대가 숙영했던 곳이다. 지금이야 흔적 잃고 잠잠하지만 4백여 년 전 충무공은 이곳에서 거북선을 최초로 실전 투입하여 13척의 왜선을 침몰시키고 크게 승전했다.

물론 이곳의 모든 역사가 영화로운 것만은 아니다. 죽은 조선군의 귀와 코를 베어 만든 무덤을 보고 자란 사천의 아이들은 야단을 맞을 적마다 “이비(耳鼻)야”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귀 베어 가고 코 베어 가는 왜군이 호환마마만큼 무서웠던 것이다. 흐르는 시간을 붙박을 수 없는 미안함에 바다는 함구한 채 말이 없고 뒤늦게 역류라도 하듯 반짝이는 물빛은 차라리 애잔하다. 이후의 길은 가없는 해안도로다. 햇발 다 거두고 비 먹은 듯 고적한 하늘 아래 사천만을 따라 걷는다. 내만(內彎)이라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곁으로 포도며 배, 다래 등 과실이 실한 자리가 흔하고 해풍 먹고 자란 마늘이 풀빛 물결을 이룬다.

머잖아 이바다의 잔결에 흔들리는 수상카페와 제철을 맞지 못해 배들마저 느긋한 삼천포 마리나(marina)를 지나 10분 후 영복마을에 닿는다. 영복마을은 각산 기슭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깊이 안겨 폐쇄한 지형 탓에 6·25를 기점으로 한센인 환자들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고개 안쪽으로 마을이 깊게 갇혀 있어서 옛날부터 사람들의 왕래가 적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여기 주민들은 유독 사람을 참 좋아합니다. 편견 없이 바라봐 주고 찾아와 주는 사람들이 고맙고, 또 고마운 거지요.” 다리를 재게 놀리며 쉼 없이 걷던 조영규씨도 유독 이곳에서는 오래도록 멈춰 서서 말이 없다. 오랜 상처를 바람에 씻고 지금은 그 자손들이 가축(家畜)한 것들을 팔며 살뜰하게 먹고 살지만 마을에 켜켜이 배인 침묵은 아무래도 쉽게 거두어질 것 같지 않다. 바특하게 고개를 넘는다. 풍경은 이내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처처한 아픔에 가려 잠시 사라졌던 사천만이 다시 청명하게 터지며 조막 같은 섬들이 산처럼 크게 일어난다. 이웃한 남해 창선면 일대와 하동 금오산을 먼 배경으로 두고 작은 섬 몇이 사이좋게 더불고 있다.

바윗돌이 연륙교 된 사연

“가까이 보이는 순서대로 닥나무가 많은 저도(楮島), 말을 키우는 마도(馬島), 그 말을 먹일 풀을 기르는 초양도(草養島), 움푹 파인 고랑이 굴레 같은 늑도(勒島)에요. 다리를 건너 초양도를 지나 늑도에 도착하는 게 우리 일정입니다.” 어느새 오른쪽으로 마을길이 터지며 사천이 자랑하는 실안바닷길 위에 선다. 과거, 사천과 진주 사람들이 배 타고 하동까지 건너다녔다는 산분령마을이다. 여정은 실안마을로 이어진다. ‘열매 실(實)’자에 ‘편안할 안(安)’자를 쓰지만 각산의 안쪽 마을, 각산에 안긴 마을로 구전된다. 신록 속에 섞인 유채가 명랑하다.

관광단지로 조성된 땅이었는데 민간투자에 실패하여 꽃밭이 됐다고 하니 잘 된 일인지 어떤지 모르겠다. 언제 다가섰는지 죽방렴(竹防廉)이 코앞이고 마당마다 멸치 말리는 집이 지천이다. 죽방렴은 바다 물목에 참나무로 만든 말뚝을 박은 뒤 주렴처럼 엮은 대나무밭을 갈지자형으로 벌려 고기를 잡는 전통 어업법이다.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는 찢기거나 상처가 나지 않아 살이 퉁퉁하고 맛이 좋다. 남해안에 있는 마흔다섯 개의 죽방렴 중 무려 스물두 개가 삼천포 바다에 있다는데, 아무 곳에나 세울 수 없기에 더 없이 귀하고 기특한 세간이다. 물이 야트막하면서 진흙 지대여야 하고, 뭍과 뭍 사이가 멀리 떨어야 있지 않아야 하며, 바위 없이 물살이 센 지대여야 죽방렴을 세울 수 있다고 하니 조건이 좀 까다로운 게 아니다.

한 시간을 족히 걸어 삼천포대교공원에 이른다. 너른 마당에는 삼천포 아가씨 노래비와 박재삼 시인의 시비, 모형 거북선이 서 있다. 그 위로 길게 놓인 사천팔경의 제1경 창선-삼천포대교가 늠름하다. 2003년에 개통하여 사천시 대방동, 모개섬, 초양도, 늑도, 남해군 창선면을 연결하는 총 연장 3.4킬로미터의 다리로, 각각 다른 공법으로 지어져 국내에서도 소문난 교량전시장 역할을 한다. 그 덕에 바다 위로 봉긋이 솟은 섬 다섯을 한숨에 내달리니 과연 문명과 자연이 이룬 장쾌한 작품이다. 먼 옛날, 지리산에 살던 과부 할머니가 바다가 몹시 보고 싶어 늑도로 이사와 살면서 뭍으로 가는 바윗돌을 놓다가 힘도 들고 치마도 다 헤지는 바람에 업을 이루지 못한 채 죽었다는 전설이 떠도는데 마침내 연륙교로 실현됐으니 할머니의 장한 집념에 하늘이 감동한 것일까. 이윽고 다리 위에 선다. 사천의 순박한 뭍을 벗어나 남해안의 다정한 섬과 섬을 건너는 순간이다. 노을 없는 노을길이 못내 아쉬워 전생의 업보에 대해 생각한다.

Information

실안노을길 난이도 ▲▲△△△ 석양 아래 대도해의 수려한 풍광 바라보며 걷는 길
경남 사천의 ‘이순신 바닷길’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이 왜군과 벌인 사천해전(泗川海戰)을 테마로 걷는 백오십리 바닷길이다. 그중 약 8km에 달하는 ‘실안노을길’은 국토해양부와 한국해양재단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해안누리길 52선으로 유명하다. 해질녘에 바라보는 실안마을의 낙조와 삼천포대교의 야경이 아름답다. 그 길에 만나는 창선-삼천포대교는 한국도로교통협회가 선정한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오는 6월에는 ‘박재삼문학제’를, 7월말에서 8월초에는 ‘사천세계타악축제’와 ‘삼천포항 전어축제’를, 8월말에는 ‘사천노을마라톤’을, 9월말에서 10월초에는 ‘사천항공우주엑스포’를 각각 진행하니 관심 있는 축제 일정에 맞춰 사천을 찾아가는 것도 좋겠다. 사천시 문화관광과 055-831-2727.

교통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사천 가는 버스가 시간대별(7:00-23:30)로 다니며 요금은 19100원, 4시간쯤 걸린다. 진주를 경유하여 갈 수도 있다. 진주터미널에서 사천·삼천포 가는 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있다. 요금은 3500원이며 40분쯤 걸린다. 승용차의 경우 남해고속국도를 타고 가다가 사천 나들목을 지나 삼천포항 방향으로 접어든다.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삼천포시외버스터미널 832-8203. 삼천포 택시호출 835-3000, 4000. 잘 데와 먹을 데
새콤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물회는 사천이 내놓는 별미 중의 별미다. 어시장 부근에 대개의 횟집이 모여 있다. ‘부산회식당(835-1411)’, ‘갈매기식당(833-7487)’, ‘바다식당(835-1848)’ 등이 있다. 특히 서동에 위치한 ‘파도한정식(833-4500)’을 권한다. 병어회, 전어무침, 호래기, 키조개, 삼치구이 등의 인심 후한 정식이 단돈 만 원이다. 잘 곳으로는 남일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남일대 리조트(832-9800)’를 권한다. 리조트 안에 찜질방과 노천탕을 겸한 해수사우나가 있다. 남일대 리조트 www.namiltte.com.

볼거리
•남일대 코끼리 바위
최치원 선생이 풍광에 반해 이름 하길 ‘남쪽 제일의 경치’라는 뜻에서 남일대(南逸臺)다. 희귀한 형상의 기암괴석이 빼어난 전경을 자랑한다. 또한 서부경남의 유일한 조개껍데기모래 해수욕장으로서 여름철 피서객의 휴양지로 인기 있으며 코끼리가 물을 마시는 듯한 모양의 남일대 코끼리 바위가 유명하다. 간조(干潮)인 오후 1시경에 방문하면 코끼리 바위의 코 사이를 지날 수 있다. 이 바위를 지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설이 있다. •각산
해발 398m의 육산인 각산은 삼천포항 서남쪽에서 바다와 접하며 실안동을 말발굽처럼 둘러싸고 있다. 와룡산의 위세에 가려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천의 주민들에게는 큰 사랑을 받는 산이다. 남릉의 각산산성과 각산봉수가 이 산의 위치적 중요성을 말해 준다. 정상에서 한눈에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푸른 바다와 창선·삼천포 대교의 전경이 장관이다. 문화예술회관를 들머리로 각산약수터-송신탑-전망대-봉화대-각산산성-대방사로 하산하는 총 3.12킬로미터 산행을 권한다.

No. Subject Date Views
212 America's best taco spots 2012.11.10 200633
211 Death Valley 2016.01.03 141801
210 미국에서 가장 지적인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시일까? 2013.11.10 4232
209 홍천 칡소폭포 열목어 수중촬영 _ SCUBA DIVING 2012.07.25 3715
208 <성지순례-27> 겟세마네 동산- 겟세마네교회 -남상학 2015.03.10 3476
207 샌타크루즈 아일랜드 내셔널팍 (Channel Islands National Park) 2012.07.07 3034
206 <성지순례-15>쿰란 2012.11.26 2881
205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중국 명소 1위, '다오청야딩' 2014.01.17 2837
204 터키 여행기(1) - 역사와 문화의 보고(寶庫), 서양과 동양의 길목을 찾아서 2012.11.26 2606
203 PRUNA bbc죽기전에 가봐야할 세계 최고의 여행지 best 50 여행 관광 2013.03.30 2587
202 금강산 부럽지 않은 풍경에 입이 쩍~ 하늘의 땅 절정의 풍경, 모산재를 오르다 2012.09.20 2528
201 터키 여행기(2) - 역사와 문화의 보고(寶庫), 서양과 동양의 길목을 찾아서 2012.11.26 2520
200 세계테마기행 - 태고의 신비 호주 태즈매니아( 3부) 2013.03.28 2516
199 Beverly Hills (비버리 힐스 ) 2012.07.03 2477
198 나이아가라 폭포, 자연의 위대함과 웅장함의 극치(極致) 2012.11.25 2259
197 유니버셜 스튜디오 - Universal Studios Hollywood 2012.06.14 2259
196 걸작다큐멘터리 문자 - 1부 위대한 탄생. 2012.11.17 2243
195 Boston, Massachusetts 2012.12.11 2186
194 진안고원길 _ 바람 되어 걷는 하늘땅 영모정에서 네 개의 고개 넘어 원덕현까지 2012.07.19 2171
193 아프리카 식당 2013.10.25 2149
192 세계테마기행 - 태고의 신비 호주 태즈매니아( 2부) 2013.03.28 2138
191 이스라엘 - AHAVA 여행사 & 천지여행 2012.06.02 2132
190 창조과학탐사여행 10/27-11/3 (온누리교회) 2012.09.28 2121
» 경상남도 사천 실안노을길 _ 팔도의 길을 걷다 2012.07.21 2120
188 디즈니랜드 - Disneyland Park 2012.06.15 2119
187 세계테마기행 모로코 (2/4) 베르베르족의 전통을 찾아서 2012.10.11 2085
186 역사의 땅 이스라엘: 유대광야 2014.03.20 2074
185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TASMANIA 1부 (호주편) 2013.03.28 2068
184 성지순례-14> 시험산 2012.10.21 2055
183 2012 봄 여름 유행헤어스타일 연예인 긴머리웨이브 + 짧은머리웨이브 모음샷 ♩ 2012.07.28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