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56
yesterday:
174
Total:
999,536

칼럼

 

고(故) 한경직 목사는 생전에 “이 땅의 기독교인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 있다”는 말을 곧잘 했다. 양화진이다. 한 목사뿐이랴. 수많은 목회자들이 양화진을 한국 기독교 성지의 으뜸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로 서울 합정동의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은 언제나 수많은 기독교인들로 붐빈다. 지난해 6만8014명이 방문했고, 지난달에만 6249명이 이곳을 찾았다.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은 한국 기독교 선교역사뿐 아니라 한민족의 지난했던 근대사를 반추해볼 수 있는 사색의 공간이다. 한때 지하철공사가 묘원을 서울시 외곽으로 이전하려고 하는 바람에 수난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교계의 반발로 다행히 부지 1320㎡만 깎이고 나머지는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지금은 잘 다듬어진 공원 같지만 묘원은 한동안 방치됐다.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가 2005년부터 관리를 시작했다.

강변북로 합정IC로 진입하니 동쪽에 십자가 몇 개가 보였다. 서울지하철 합정역 7번 출구에서 걸어도 금방이었다. 묘원 사잇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초창기 한국 선교 역사를 빛낸 낯익은 이름들을 거의 다 만날 수 있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불리던 이국땅에서 하나님의 소명을 받았던 선각자들이다. 

최초의 공식 선교사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그 뒤를 이은 의료 선교사 스크랜턴과 헤론, 한글 성서 번역에 혁혁한 공을 세운 레이놀즈, ‘평양 대부흥’의 주역 하디, 천민 선교의 대명사 무디, 한국인보다 한국을 사랑한 선교사 헐버트, 세브란스병원 설립자 에비슨….

묘원에는 성조기가 꽂힌 무덤이 많았다. 그런데 성조기가 꽂히지 않은 미국인 묘지도 있었다. 왜 그럴까? 안내원은 면적 1만3224㎡의 이 동산에는 415기의 무덤이 자리잡고 있는데 성조기가 꽂힌 무덤의 주인은 선교사가 아니라 당시 군인 등의 신분으로 왔다가 묻힌 사람이라고 했다. 선교사와 가족의 묘는 16개국 144기다. 

하나님께서 이 땅을 얼마나 사랑하셨는가를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묘비마다 조선을 위해 예비하셨던 주님의 사람들 이야기로 가득했다. 묘원에 묻힌 선교사들은 이 땅의 독립을 도왔고 교육·의료 등으로 구제활동을 펼쳤다. 외국인선교사묘원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처럼 살다 간 사람들이 많았다. 

묘비문을 들여다보니 낯선 타지에서 그들이 겪었을 고독과 외로움, 결기 같은 것들이 시간을 뛰어넘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양화진에 최초로 묻힌 헤론은 “하나님의 아들이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하여 자신을 주셨다”는 묘비명을 남겼다. 의료 선교와 성경 번역에 헌신한 그는 34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쳤다. 헐버트 선교사 묘비에는 “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히기보다 한국에 묻히기를 원하노라”고 쓰여 있었다. 조선을 사랑했기에 그는 고종의 밀사가 되길 주저하지 않았다. 

언더우드는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를, 아펜젤러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습니다”라는 감동적인 묘비명을 남겼다. 

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한국교회가 세계 선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깨닫게 됐다. 낯선 이국땅에서 열정과 청춘을 불살랐던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교회가 있는 것이다. 묘원 정문을 빠져나오려니 무엇에 붙들린 듯 발걸음이 멈춰졌다. 그리고 저절로 기도가 나왔다. “선교사님들의 삶은 한국교회의 소중한 자산이자 밑거름입니다. 이 땅에 소망과 복음을 전해주신 선교사님들의 봉사와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은 주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인터넷으로 단체관람을 신청하면 그룹을 만들어 주고 자원봉사자들이 그룹별로 안내해 주기도 한다(yanghwajin.net·02-332-9174).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No. Subject Views Date
342 [김성수 목사에 관한 소고] 21770 2014.02.27
341 Baptists plan exodus from Boy Scouts 5193 2013.06.02
340 전 세계를 감동시킨 아버지의 사랑 (완전감동) -실화 4868 2011.06.15
339 이혼, 암 투병, 아들의 죽음… 그러나 지금은 사랑을 얘기하고 싶다 4619 2011.09.16
338 개인적인 공격들에 대한 대적기도 – 정원목사님 4556 2014.03.15
337 터키 선교사 순교 동영상 [Missionary martyrdom in Turkey] 4342 2011.05.14
336 한국초기선교사들의 소개 및 업적 컴엔씨 3937 2011.05.14
335 사람의 마음을 얻는 비결: 경청 3936 2011.10.20
334 Christian Catacomb Cemeteries 3831 2011.05.12
333 마가의다락방 주일오후예배 -박보영 목사 3799 2013.10.07
332 Mysteries of the Bible: The Missing Years of Jesus 3735 2011.05.13
331 왜 유대인들이 예수를 메시아로 안 믿나? 3690 2012.05.26
330 이한규목사 3669 2012.02.24
329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3666 2012.01.18
328 대적기도 기본원리와 방법 - 정원 3638 2014.07.20
327 Mysteries of the Bible: Mysteries of Mary Magdalene 3634 2011.05.13
326 [하용조 목사] 나는 나를 꺾을 수 없다 3581 2012.06.10
325 The Twitter Bible Keeps It Short and Sacred 3473 2010.08.15
324 Mysteries of the Bible: Who Really Killed Jesus? 3446 2011.05.13
323 [퍼온글]인생의 비밀의 네가지 열쇠 3398 2012.04.29
322 [더깊은묵상] 예배를 드리는 마지막 날-3 3383 2010.08.22
321 [팔복 - 최춘선 할아버지] 3368 2011.05.14
320 The Miracle Maker (2007) 3336 2011.05.12
319 주님, 어떻게 살아야 됩니까? 3330 2012.04.03
318 이찬수 목사 인터뷰글.(펌) 3293 2012.06.18
317 Explorer: Last Christians of Bethlehem 3275 2011.05.12
316 이스라엘 선교 세미나- (1강) Back to Jerusalem (1) 3213 2012.03.30
315 마음에 품은 독을 제거하라--조엘 오스틴 지음 3158 2012.05.14
314 church 3139 2012.01.25
313 하루를 하나님과 동행하는 방법 3132 2012.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