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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에세이] 코끝에 호박 땀방울이 달린다

  • 정종온 시니어조선 명예기자                   

 

내 다리는 무쇠가 아니었다. 벌써 달린 게 삼 주째다. 첫 주는 한 바퀴 반이면 숨이 턱까지 찼다. 삼 주째는 완보로 20분이 지속 가능했다. 첫 5분이 되면 다리가 자동 모드로 변한다. 속력만 알맞게 늦추면 20분간 심장이 쿵쿵 뛰고, 허파가 할딱할딱 힘들긴 버틸 만해졌다.

시계를 봐야 답답한 게 가시는 버릇도 생겼다. 분침이 원을 크게 한번 그리면 내 발도 원 지점에 온다. 달리는 동안 몸의 변화도 크다. 첫 주에 통증이 집중된 정강이뼈 주위의 근육은 삼 주째인 지금도 여전히 국소적으로 통증은 가시지 않는다. 이 주째는 발목 부분, 무릎 안팎의 굵은 근육 부분으로도 통증이 번진다. 어떤 때는 특정 무릎의 안쪽 근육에 전기 스위치가 켜져 자동으로 굽혀지기도 한다. 무리가 된 게 분명하다. 체중이 속도에 가중되고, 일정한 부하가 실려서인지 혹은 달리기와 달리 철봉에 매달려 거꾸로 매달리는 동작 때문인지는 구별이 안 간다.

20분은 왕초보인 내게는 힘든 관문이다. 체중은 단 1kg도 빠지지 않는다. 보통 자전거는 2시간이면 대략 2kg이 빠지는데, 이는 곧 복원된다. 철봉에 매달린다고 근력이 마냥 느는 게 아닌가 보다. 삼 주째 최대 5개를 하긴 했지만 그건 다른 어떤 동작으로 힘이 손실되지 않았을 때다. 평균은 3개~5개다. 대개 아래 수치가 아마 솔직한 개수일 것이다.

철봉은 안타깝게도 범용 프레임이다. 키, 체중, 팔 길이 등의 다양한 인체의 조건에 따라 다르다. 초고도의 난이도를 구사할 수 있는 고수가 체중을 최대치로 싣고 운동을 하기에는 원운동, 직선 운동, 비트는 운동 등 다양한 고강도, 고난이도의 운동 부하를 주기에 아마도 가장 이상적인 프레임이겠다.

지난 10여 년간 마라톤을 즐기던 지인에게 소셜 미디어로 완주 시간이 얼마냐고 물었다. 달리기를 커피만큼 좋아하는 이 러너는 하프는 2시간, 풀코스 마라톤은 4시 20분부터 5시간 10분이라고 밝혔다. 20분을 뛰는 메뚜기에게 그 기록은 사막의 낙타같이 보인다.

마라톤의 길이는 정확히 42.195km다. 누구에게나 같지만, 또 누구에게나 다른 코스고 길이다. 누구나 자신의 힘의 최대 파워에서 가용한 최대 허용도로 달리기에 전문 마라토너나 동네 운동장을 힘겹게 달리기는 마찬가지다.

20분을 달리자 변화가 하나 더 생긴다. 코끝에 호박처럼 땀방울이 생긴다. 철봉은 삼 주째도 발악을 해야 최대 5개인데, 이 ‘호박’들은 떼어내도 끝이 없이 매달린다. 내리 쏟아지는 땀방울에 콧숨도 악착같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