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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남 영광에서 만난 196명의 순교자들

sarah 2010.09.03 13:59 Views : 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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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 야월교회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어린이들까지 전교인 65명 순교

 

▲ 영광군 염산면 두우리 가는길에 있는 야월교회와 교회내 순교 기념탑     ⓒ뉴스파워  강경구

천년의 빛이 존재하는 전라도 땅 영광... 수없이 많은 시간과 세월이 계절 속을 흘러가고 흘러왔다. 시원한 빗줄기 허공을 가르지만 8월 삼복은 말할 수 없이 덥다. 인간의 삶의 년수를 따지자면 칠십이고 팔십이건데... 천년의 역사가 꿈틀거리는 역사와 종교의 성지에서 느끼는 어쩌면 허무하기도 한 인생사. 

사람들 더위를 피하러 산으로 바다로 구름처럼 흘러가지만 오히려 삼복의 찌든 더위는 삶을 쫒아 어디든 자리를 펴고 있다. 
▲ 순교자 명단     ⓒ

야월교회의 첨탑위로 입추를 넘긴 무심한 하늘은 쪽빛으로 짙어만 가고 구름은 가는 계절이 아쉬워 자꾸만 자꾸만 시큰등 흐려지려 한다. 짧은 소나기를 피해 찾아간 순교기념관 앞, 바람에 부숴지는 파도의 흰 분말마냥 잘게 잘게 마음은 쪼개지고 여러 갈래로 나뉘어 영정 안 순교자들의 흑백의 얼굴들이 자꾸만 나의 마음을 투영하려든다. 

무얼까? 이 스산한 마음은... 야월교회는 유진벨 선교사에 의해 설립된 것이 1908년 4월 5일이고, 1950년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동란 때 전 교인 65명 순교라는 고난의 십자가를 지게 되었다. 지금의 예배당이 1975년에 건립된 것이라고 하니 순교 기념탑은 말이 없고 이름 석자만 남기고 스러진 고귀한 넋들의 명단이 더위 속을 덩그러니 줄지어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이 죽음 앞에서 아무 할 말이 없는 것은 찾아온 모두의 마음이며 오고 가는 자들이 남긴 긴 침묵의 이유들이리라...

▲ 진입로는 야월교회 성전 앞을 지나야 한다. 기독교 순교자 기념관 뜻밖의 문준경 전도사의 영정을 볼 수 있었다.     ⓒ 뉴스파워 강경구
  

영광 염산 교회 마당에 순교탑과 함께 77명이 안장된 순교자 묘소가 조성되어 있다.


▲ 순교의 산증인 조운해 원로목사의 안내를 받았다.     ⓒ 강경구
  
영광군 염산면... 함평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따라가다 젓갈로 유명한 설도항이 나오고 설도항을 미쳐 못가서 염산교회가 바다를 향해 기지개를 펴고 있다. 교회 입구는 여늬 교회들과는 다른 낯선 풍경이다. 순교자들의 묘와 순교 기념석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전 교인들 중 3분의 2인 77명이 바닷가 수문이 있는 곳에 목에 돌이 메달린 체 수장되었다. 

초대 교역자였던 이신 장로, 2대 교역자였던 원창권 목사, 3대 교역자였던 김방호 목사가 가족들과 함께 목숨을 잃었으며, 타 지역으로 가있었던 허상 장로 등은 이곳으로 다시 끌려와서까지 희생당하는 기막힌 사건이었다.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찬송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반갑게 맞아주며 전시관 이 곳 저 곳을 안내 해주던 조운해 원로목사의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맺힌다. 예수 신앙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한 순교자들의 영정 앞에서 느껴지는 몽골이 송연해 지는 전율... 그들의 신앙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불과 60년 전의 일이지만 우리의 신앙은 순교의 삶을 망각하고 물질주의와 자본주의 속성에 무참하게 묻혀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만의 생각이며 나만의 위기일까? 

  
▲ 염산교회 성전 앞에 있는 순교기념탑과 77인이 안장된 묘소     ⓒ 뉴스파워강경구

총 197명 순교에 영광대교회 20여명은 미규명이라니... 

지난 97년부터 순교기념사업이 추진되어 염산교회에는 기독교 순교 전시관과 순교 교육관이 문을 열었다. 야월교회역시 순교기념관이 야월교회 내에 위치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전남 영광군은 한국 종교의 실태를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3대 종교 성지로 알려져 있기에 기독교 순교자들을 위한 성지 순례를 위해 일부 개신 교단을 초월한 개신교 교단 전체의 관심과 애정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전국 최대의 독특하고 유일무이한 종교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어 지역민들의 애정과 사랑은 많다고 하지만 기독교적 관점에서 8월말로 예정된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 기념관의 건립 등에 맞추어 기독교 순교지에 대한 좀 더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와 방문을 위한 시스템 개발이 개신 교단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야월교회는 두우리 해수욕장과 백바위 쉼터가 주변에 있고, 염산교회는 설도항의 젓갈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일몰이 있는 백수해안도로까지가 15분 거리에 있어 도로위로 떨어지는 8월의 낙조와 노을전시관과 칠산정에서 바다를 한껏 만끽하고 법성포를 지나 광주로 향한다. 끝없이 투영되던 야월교회, 염산교회, 백수읍교회, 묘량교회, 법성교회, 영광대교회 순교자들의 넋들... 


▲ 뒤론 염산교회 앞으로는 설도항을 응시하는 200여명의 숭고한 순교의 정신을 기리고 있는 순교탑.     ⓒ 뉴스파워 강경구
짧지만 긴 인생의 모든 가능성과 꿈을 예수라는 신앙의 정신에 묶어버리고 처절하게 죽음을 선택해버린 이들의 죽음 앞에서 느끼는 살아있는 자로서의 나의 여러 가지 선택들은 정말 떳떳하지 못했다. 가던 차를 멈추고 칠산정 전망대 아래 바닷가까지 500여 계단을 걸어 비오듯 떨어지는 삼복더위의 땀방울 고행을 잠시 선택해본다. 이 짧은 순간도 버거워 허둥대는 인생이 다시 한 번 새로워져야 할 때다. 
 
▲ 야월교회에서 가까운 두우리 해안가와 백바위 쉼터가 아름답게 펼쳐져있다.     ⓒ뉴스파워  강경구

▲ 염산교회를 가는 길목 노을이 지는터라 백수해안도로의 일몰이 기대되어진다.     ⓒ뉴스파워 강경구
▲ 백수해안도로를 달리다보면 만나는 칠산바다 전경이 아름답다.     ⓒ 뉴스파워 강경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