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목사의 7번째 단식
각종 인권 활동을 해온 서경석(65) 목사가 요즘 무기한 단식을 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동포(조선족) 인권과 지위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그는 이번에도 중국 동포들을 위해 단식을 하고 있다.
단식 15일째인 2일 전화를 걸었더니 서 목사는 "이전엔 25일간
단식도 해봤지만 이젠 나이도 들고 해서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중국 동포들의 가정이 파탄 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지문인식제도를 도입했다. 이 때문에 과거 남의 이름으로 입국한 중국 동포들의
'전과(前科)'가 드러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에 들어와 돈을 벌고 싶었던 중국 동포 중 한국에 친척이 없어 방문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친척이 있는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여권을 만들었다. 이른바 위명(僞名) 여권이다. 지문인식제도로 위명 전과가 속속
적발되면서 이들의 처리 문제가 현안이 되자 정부는 작년 9~11월 위명 전과 자진 신고를 받았다. 신고한 사람들에겐 출국확인서를 발급해줌으로써
일단 중국으로 돌아간 뒤 재입국할 때 지장이 없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당시 자진 신고를 한 사람은 약 4000명에 이른다.
현재
추방 위기에 놓인 국내 동포들은 당시 여러 가지 이유로 자진 신고를 하지 않았다. 과거엔 위명 여권을 썼지만 지금은 영주권 등을 취득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 사람도 있고 불법 체류 신분이어서 노출을 꺼리다 보니 정보에 어두웠던 사람도 있다. 또 신고를 하면 출국을 했다가 정식
여권으로 다시 입국해야 하는데 이 경우 현 직장을 며칠씩 비워야 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하고 입국이 재허용될지 확신할 수 없었던 사람들도 많다.
현재 자진 신고를 하지 않아 추방될 위기에 놓인 중국 동포는 1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이미 500여명은 추방된 것으로
추정된다.
위명 전과가 적발돼 이미 파탄 난 가정도 많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한 아이들과 생이별을 하고 추방된
어머니도 있고, 한국 국적을 가진 남편만 남겨 두고 중국으로 쫓겨간 70대 할머니도 있다. 이에 국내 중국 동포들은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 한해 위명 전과를 일괄 사면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중국 동포를 위한 서 목사의 무기한 단식은 이번이 7번째다. 그는
"중국 동포들이 추방되는 것은 일개 가정의 문제를 넘어 국가·민족적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라며 "한국의 중국시장 확보에 중국 내 동포사회가 큰
자산인데, 한국의 중국 동포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중국의 동포사회도 존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중국 동포의
한국 유입 문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이번 정부가 끝날 때쯤이면 중국 동포의 자유 왕래와 자유 취업이 미주 동포들처럼 완전히 허용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문을 활짝 열 것이라면 중국 동포들의 가정이 더 이상 깨지기 전에 사면 조치 등 적극적인 해결책을 만들었으면
한다. 북한 주민이 남이 아니듯 중국 동포도 남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