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중동 전역이 국경을 넘어선 종파 간 전장(戰場)으로 변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 보도했다. 시리아에서는 2011년 3월 이후 알라위파(시아파 분파)인 정부군과 수니파가 주축이 된 반군 사이에 치열한 종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7월까지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사망자 수는 10만명을 넘었다고 유엔이 밝혔다. 현재 국내 난민은 400만명, 국외 난민은 180만명에 이른다. 다마스쿠스·홈스·알레포 등에서는 연일 격전이 벌어지고 있어 언제 전쟁이 끝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시리아 내전과 비슷한 시기(2011년 2월)에 발발한 리비아 내전은 그해 10월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가 사살되면서 8개월여만에 일단락됐다. 리비아와 달리 시리아 내전이 이처럼 장기전 양상을 보이는 것은 중동 지역 수니파·시아파가 내전에 뛰어들어 서로 힘 대결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이란·이라크 시아파 등이 지원하고 있다.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터키·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국가와 이라크알카에다지부(AQI)·파키스탄 탈레반(TTP)을 비롯한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가 지원한다. 양 측은 시리아가 한 쪽으로 넘어갈 경우 중동 지역 내 힘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다.
특히 수적으로 열세인 시아파는 이번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초 시아파 맹주 이란은 레바논-시리아-이란으로 형성된 기존 ‘반미(反美) 시아파 벨트’에 2003년 이후 시아파 정권이 들어선 이라크를 추가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시리아가 수니파에게 넘어갈 경우 이 구상이 물거품이 될 뿐 아니라 레바논까지 잇는 육로가 끊기게 된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이란의 지원을 받은 헤즈볼라가 전격적으로 내전에 개입했고 그 결과 정부군이 전투를 우세하게 이끌고 있다.
중동에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싸움은 1400여년간 지속돼왔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570~632년) 사후 ‘누가 이슬람 공동체 지도자로 무함마드를 계승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이슬람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났다. 수니파는 선출로 칼리프(종교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사촌동생인 알리가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통성을 둘러싼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이어지면서 양 측은 완전히 갈라섰다. 12세기 쿠르드족 출신인 술탄 살라딘이 십자군과 전쟁을 하는 과정에서 양 측간 통합을 이룬 것을 제외하면 둘은 끝을 알 수 없는 전쟁을 해왔다.
이 연장선상에 시리아 내전이 놓여 있다. 시리아 인구 중 알라위파는 14.7%, 수니파는 73%를 차지한다. 다수인 수니파는 권력을 잡고 있는 알라위파를 끌어내리고 언젠가는 권력을 쟁탈하겠다는 야심을 키워왔다. 1982년 중부 하마에서 수니파가 대규모 폭동을 일으키자 당시 하페즈 알아사드(바샤르 아버지)는 약 2만명을 살해하며 폭동을 진압하기도 했다.
테러 전문가 토머스 헤그해머는 지난 6월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머지 않아 시리아 내전이 중동 전역에서 전면적인 종파 분쟁으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웃 이라크에서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양 측간 충돌이 격렬해지면서 지난 4개월간 3000명이 숨지고 7000명이 다쳤다. 또한 최근 이란이 대(對)이스라엘 문제에서 같은 노선을 취했던 팔레스타인 수니파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지원을 끊는 등 종파 간 편가르기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김강한 기자 kimstrong@chosun.com
*중동에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싸움은 1400여년간 지속돼왔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570~632년) 사후 ‘누가 이슬람 공동체 지도자로 무함마드를 계승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이슬람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났다. 수니파는 선출로 칼리프(종교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사촌동생인 알리가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통성을 둘러싼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이어지면서 양측은 완전히 갈라섰다. 12세기 쿠르드족 출신인 술탄 살라딘이 십자군과 전쟁을 하는 과정에서 양측간 통합을 이룬 것을 제외하면 양측은 끝을 알 수 없는 전쟁을 해왔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가 수니파 맹주를, 이란이 시아파 맹주를 자처하고 있다.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 이란이 시아파 신정(神政)국가가 된 이후 두 국가는 중동에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동 주요 국가 종파 비율
시리아(2200만명): 수니파(73%), 시아파(알라위·14.7%)
이란(7500만명): 수니파(10.8%), 시아파(86.7%)
레바논(400만명): 수니파(24.3%), 시아파(46.8%)
이라크(3100만명): 수니파(32.3%), 시아파(63.2%)
터키(7200만명): 수니파(80.1%), 시아파(19.6%)
사우디아라비아(2900만명): 수니파(52%), 시아파(25%)
아랍에미리트(UAE·540만명): 수니파(80%), 시아파(16%)
카타르(200만명): 수니파(71%), 시아파(10%)
출처: 김강한 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