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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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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한동대 김영길 총장, 김영애 사모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로 558, 산 속으로 난 조붓한 길을 따라가면 야트막한 언덕에 붉은 건물들이 보인다. 한글로는 한동대라고 쓰지만, 건물 전면에 새겨진 영어이름은 HANDONG GOD’S UNIVERSITY. ‘학교의 정신과 설립 목적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동대는 1991년 지역유지였던 송 모씨가 사재 320억 원으로 23만 평의 땅을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송 씨의 호를 따 학교법인 현동학원이 설립됐고, 초대 총장으로 당시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 중이던 김영길 박사가 청빙됐다. 개교가 얼마 남지 않았던 1994, 재단 기업이 폭설로 사업에 타격을 입으면서 자금난에 봉착하게 된다. 김영길 총장 부부의 광야길이 시작된 것도 이 때부터다.
총장직을 수락한 지 4개월이 지났을 때, 개교를 8개월 앞두고 설립자의 재단 기업이 문을 닫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미 교수 초빙도 마무리되었고, 몇몇 교수들은 포항으로 이사할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이 개교를 진행해야 할지 아니면 여기서 멈춰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을 만난 것이다.”-<구름기둥>, 46p
논란과 구설도 많았다. 아내인 김영애 사모의 말을 빌자면 1995년 개교한 이래,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김영길 총장은 6년 동안 76번 법정 출두를 해야 했다. 2년 사이 이사장만 4번이 바뀌었다. 직원 노조는 파업에 들어갔다. ‘기독교 정신의 대학이 아닌 포항시의 대학을 꿈꾸던 지역민들의 반발도 거셌다. IMF와 함께 전기가 나갈지 모르는, 가스가 끊길지 모르는, 쌀이 떨어질지 모르는 위기가 연이어 찾아왔다.
한동대를 둘러싼 19년의 기록
기적과 불행은 동시에 일어났다. 첫 개교 당시 한동대는 400명 모집에 4870명이 지원, 12: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시에는 황폐한 산지에 건물 두 동이 전부였다. ‘SKY를 마다한 수재들이 모인 산골 학교의 운명은 바람 앞에 촛불 같았다. 학내 분규가 극심했던 1996, 한동대는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무전공, 무학과, 무감독 시험등 한동대의 새로운 시도가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때 지원받은 재정이 보조금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져 총장과 부총장이 유죄를 선고받는다.
국고보조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보조금의 일부를 학사 운영비와 3개월째 밀린 교직원의 월급으로 차용하였다가 남편과 행정 부총장은 국고보조금 전용죄로 형사 고발을 당해 재판을 받게 되었다. 이 일은 계속 이어지는 고소, 고발 사건의 시작에 불과했다. 남편은 수없이 재판정에 서게 되고 결국 4년형을 구형받아 법정 구속되었다.” -<구름기둥>, 75p
97년 김영길 총장은 겸직하던 KAIST 재료공학과 교수직을 사임한다. 퇴직금은 한동대에 기증했다. 내외가 생활하던 자택도 대학에 기증하고, 관사에서 생활했다. 김영길 총장 부부내외는 학에 이렇게 돈이 없는 것도 기적이라고 말하며 웃었다고 한다. 한동대의 위기를 타파한 것은 다름아닌 한동의 아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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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 위치한 한동대학교 본관

개교 10년이 지난 뒤 한동대의 입학 경쟁률은 9:1. 상위 5% 내의 아이들이 포항의 산골로 찾아들었다.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률은 80%를 기록했다. 대부분이 기업이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지 않던 암흑기에도 한동대생 입도선매(?)’가 이뤄지기도 했다. 한동대 졸업생은 기본적으로 영어와 컴퓨터에 능통하다는 인식과, ‘무감독 시험으로 검증된 정직성때문이었다.
한동대 졸업생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사회적 기업이다. 한동에서 생활하던 4년 내내 배운 것이라곤 공부해서 남 주자였기 때문이다. 총장 내외가 꼽는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도 가장 낮은 곳으로 찾아갔던아이다. 학력도 외모도 성품도 믿음도, 나무랄 데 없던 퀸카탈북 청소년을 돕는 대안학교선생님이 됐다. 그 모습이 눈물나게 눈부시더라며 김영애 사모가 눈물을 훔쳤다.
20142, 김영길 총장이 퇴임하면서 한동대 임기 19이 끝이 났다. 김영애 사모가 쓴 한동에서의 첫 10년을 담은 책 <갈대상자>30만 독자들에게 읽히며 기독교출판문화대상을 받았다. 그리고 퇴임 전까지의 마지막 10년을 담은 책 <구름기둥>이 지난 2월 출간됐다. 막 나온 따끈한 책을 받아들고 저자와 마주앉았다. 그 옆에는 반달웃음을 짓고 아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김영길 전 총장도 함께 였다.
그런데 왜 포항이었을까요.
김영길_(웃음) We don’t know.
김영애_추측하기에,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희생을 가르치신 게 아닌가. 이 성적이면 얼마든지 명문대에 갈 수 있는데, 이 오지를 선택할 때는 이미 그걸 포기한 거거든요. 한동대는 가버나움이다, 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입학식 때도 보면 수많은 학부모들이 울면서 와요. 이렇게 먼 데 자녀를 두고 간다는 생각 때문에요. 퇴임을 하고 나니 그 길이 멀어 보이는데 19년 동안 한 번도 멀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김영길_하지만 우리 제자들은 세계에 있어요. 파리에도 남미에도 온두라스에도 있어요. 유네스코 유니티할 때도 현지 유학생이 있었어요.
한동대 총장직이 갑작스러운 청빙이었음에도 한동대만의 교육시스템이 있었어요. 특히 무전공, 무학과, 무감독 시험 등은 신선했죠.
김영애_(청빙은 정말) 갑작스러웠죠
김영길_지금의 교육은 지식 전수에만 편향되어있어요. 사람은 영, , 육으로 이뤄져있어요. 그럼 영성교육, 인성교육, 지성교육이 중요해요. 한동대는 전인교육을 하려고 했어요. 영성에 있어서는 창조주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성교육은 지식 전수가 아니라 창의성이라고 봤고요. 각 사람에게 있는 탤런트(재능)를 발견해서 키워주는 교육, 그래서 무전공, 무학부로 갔어요.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간다고 적성을 알게 되는 건 아니거든요. 대학생활 동안에 탐색하기를 바란 거죠. 가장 중요한 건 인성교육이에요. 그 핵심이 정직성과 성실성이죠. 그걸 현실화 한 게 무감독 시험이에요. 또 함께 하면서 느끼는 시너지를 느끼길 바라서 ‘100%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했어요. 삶을 통해 부대끼면서 배려하길 바랐어요.
모든 학생이 영어와 컴퓨터가 능통해야 하는 이유는요? 강의의 50% 정도가 영어로 진행된다고 들었는데요.
김영길_성경의 지상명령이 온 세계에 가서 복음을 전파하는 거거든요. 그러려면 글로벌 인재가 돼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국제화 교육을 하려는 거죠. 우리가 가려는 곳은 선진국이 아니에요. 국제화라고 해도, 아직 닿지 않은 나라(un-reached nation)으로 가려는 거죠.
Why not Change the World
세상을 바꾼다는 게 그런 의미인가요? 한동대는 홈페이지부터 수업 내용에 이르기까지 그 말이 무척 자주 보이던데요.
김영길_우리는 입학할 때부터 공부해서 남 주자, 는 게 목표에요. 아름다운 세계가 인간 때문에 많이 망가졌어요. 이게 재건(Re Build) 되어야 해요. 이사야 5812절의 말씀처럼요. 이것이 한동대의 미션이에요. 무너진 곳을 재건하고(re build), 파괴된 곳을 수리하고(repair), 회복(restore)하는 일이요.
그렇게 무너진 곳 중 하나가 가정인데요. 이 험난한 세월을 보내면서도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요?
김영애_우리 관계는 삼각형이에요. 남편이 하나님과 가까워지고, 아내가 하나님과 가까워지면 두 사람이 가까워져요. 너무 다른 두 사람이 만났기 때문에, 서로 용납하고 이해하게 돼요.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 주고요. 세상적인 가치는 나에게 잘해주어야 좋은 배우자지만, 원래는 서로 존귀하게 여겨주어야 좋은 부부에요.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요.
김영길_저희는 서로 얼굴도 몰랐어요. 저는 미국에, 이 사람은 한국에 있었으니까요. 확 떨어져 있었거든요. 서로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가까워졌고, 이런 시간을 겪으면서 지금은 점점 하나가 된 거죠.
19년의 임기 중 가장 어려웠던 건 어떤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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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기둥>, 김영애 저, 13000원

수감번호 433, 감옥에서의 54
김총장 등은 지난 9711월부터 998월까지 53회에 걸쳐 학교법인 자금 528000여만원을 불법 전용하고 국고보조금 151000여만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불구속기소됐으며,지난 5111심 공판에서 각 징역 2, 징역 16개월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됐다. -2001년 동아일보 기사
현직 대학총장, 부총장의 법정 구속은 한국 대학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김영길 총장이 수감된 곳은 경주교도소, 금속테 안경은 반입되지 않는다고 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수감돼야 했다. 그야말로 눈앞에 캄캄했다.
내 나이 예순 둘, 어쩌다가 이곳에 눕게 되었는가?’
35명이 나란히 누운 그 좁은 방에서 나는 하나님 앞에 벌거벗은 영혼으로 섰다. 그때까지 힘겹게 학교를 이끌어 오면서 교도소까지 오게 될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신트로피 드라마>, 102p
감옥에서의 54일은 어떤 시간이었나요? 책에서는 이를 신트로피라고 표현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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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트로피 드라마>, 김영길 저, 11000원
김영길
_엔트로피는 분열되고 파괴되는 에너지에요, 신트로피는 질서로 융합되는 일이죠.
김영애_삶에서도 일어나요.
김영길_감옥에서도 일어나고요. 당시 스승의 날 한동대 학생 1800명이 버스 29대에 나눠 타고 면회를 왔어요. 담장 밖에서 조용히 스승의 은혜를 부르고 가지고 온 카네이션을 정문 앞에 수북이 쌓아두고 떠났습니다. 학생들이 떠난 자리에는 휴지 한 장 남아있지 않았다고 해요.
사실 한동대의 저력은 제자들이 증명하고 있는 것 같아요.
김영애_얼마 전에 더 나은 미래기사 보셨어요?
'나무 심기 게임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 '최고의 교육 봉사단으로 대한민국 교육 격차 해소에 앞장서겠다(티치포올코리아 최유강 대표)' '전 세계 젊은 전문인들을 모아, 저개발국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엠트리 최영환 대표)' '환경을 구하는 텀블러 캠페인으로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겠다(브링유어컵 김영준 대표)' '나눔 문화 플랫폼을 지향하는 카페로 대중 속에 나눔의 가치를 전파하겠다(허그인 신성국 대표)'. 이들의 공통적 목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 또 다른 공통점은 '한동대 출신'이다. 경북 포항시 흥해읍 산속에 한동대가 세워진 지 20년째. 규모도 작고 역사도 짧은 이 대학 출신 중엔 왜 공익 분야 CEO가 많은 것일까. -<2014. 02.25일자, 조선일보 더 나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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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 졸업생 엠트리 최영환 대표
김영길_그걸 우리에게 목격하게 하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부부에게 한동대와의 만남이 그랬듯, 한동대와의 이별도 뜻밖에 찾아왔다. 학교 측에서는 명예 총장으로 임기를 더 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영길 총장은 교수 모임에서 퇴임 후에도 새 총장을 도우며 명예총장으로 학교를 섬기고 싶다고 했고, 이 발언을 문제 삼은 일부 교수들과 학생대표들이 반대성명을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시험의 연속이었다. 결국 퇴임을 결심한 김영길 총장은 학생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띄운다.
사랑하는 한동인 여러분! 저는 오늘 19년 동안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말을 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사랑한다는 말은 많이 했지만 여러분께 미안하다는 말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한 번은 말하고 싶었습니다. 잘 소통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저는 평생을 공학도로, 연구자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경영자로, 지도자로 사는 것이 솔직히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참 어려웠습니다. 저와 반대되는 목소리, 소수의 목소리를 너그럽게 품어 주지 못한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제 부덕함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었을 한동인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김영애
_사실 권리를 포기하고 재물을 포기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감정을 포기하는 게 어려워요. 정말 미운데 미워하지 않기가 어려워요. 왜 저런 사람을 만나게 했을까, 라고 생각하면 나를 깨뜨리는 도구로 쓰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면 저 분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은 거죠. 그건 생각의 차이에요.
한동대에서 19년동안 우리도 수업을 들었다, 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김영길_배우는 시간이죠. 그럼요.
김영애_그래서 재수강 한 것도 얼마나 많은데요.

)

우리의 20년은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먼 훗날 한국과 세계를 변화시킬 당당한 하나님의 대학이 되리라 믿습니다. I love you, God loves you”
김영길(66),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 졸업, NASA(미국항공우주국)와 뉴욕 인코 중앙연구소 근무. 카이스트 교수 재직 중 신생학교인 한동대학교로 옮겨와 1995년 3월 부터 2014년 2월까지 총장으로 재임.
김영애, 이화여대 동대학원 졸업, 고려대행동과학연구소 연구원. 뉴욕주립대 대학원 특수교육학 전공, 귀국 후 이화여대 재직. 남편 김영길 교수가 한동대 총장으로 부임 후 기도와 '갈대상자' 후원운동으로 내조. 저서로는 <갈대상자>, <구름기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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