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지금으로 부터 약 40여년전 내가 열두어살 어린이였을 때 하루는 마산 합포동 바닷가 언저리에 미군군용텐트로 세워진 교회에 미국인 선교사가 와서 북치고 장구치며 신바람나는 부흥회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영어를 한 마디도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생전 처음 본 미국인 선교사들이 신기하게 보였다.
나는 커서 영어로 설교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 생각이 씨가 되어 세월이 흐른 후, 나는 지금 미국의 위스칸신주에 있는 미국인 감리교회에서 영어로 설교를 하는 목사일을 15년째 하고 있다.
나는 종종 “인생은 여정”이라는 생각을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30년을 살다가, 미국으로 건너와 산 지 20년이 넘었다. 한국에 살 때는 미국을 동경했고, 미국에 살고 있는 지금은 한국을 그리워 한다. 어디에 살든지 있는 곳에서 행복을 가꾸며 살아야 할 것이리라.
나는 지난 15년간 미국인 교회에서 목회하면서, 미국인 교인들을 가까이서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병원에 달려가 축하해 주고, 유아세례를 집례하고, 주일학교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귀여운 미소를 보고, 청소년들의 세례문답 공부를 지도하고, 결혼식을 주례하고, 가정방문과 병원심방, 양로원 심방과 상담, 교도소 방문등을 통해 미국인 교인들의 사는 이야기들을 듣을 수 있었다.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점은 인생의 희노애락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 비슷하구나 하는 것이었다. 나는 교인들로 부터 남편이 자던 중에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아들의 총에 아내가 죽은 남편의 이야기도 들었다. 건장한 아들이 신장병을 앓던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신장을 하나 떼어 주어 아버지를 살린 이야기도 들어 보았고, 고이 기른 외동아들이 커서는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다섯번 잡혀서 어머니의 속을 썩이는 아들 이야기도 들어 보았다.
아버지의 아내와 결혼한 사람이야기도 들어 보았고, 한평생 83년간 한집에서 사는 노인도 만나 보았으며, 폐암선고를 받고도 활기차게 웃는 의연하고 용감한 할머니도 만나 보았다.
내가 미국인 교회 목회 이야기들을 나누고자 하는 이유는 인생을 살다가 힘들고 외로울 때, “미국 사람들도 다 비슷한 고민과 괴로움을 안고 사는 구나. 그런 중에 웃기도 하고, 남을 돕기도 하며 인생의 여정을 지나가고 있구나”하는 깨달음과 위로와 용기를 북돋을 수 있었으면 해서 이다.
짧은 인생사는 동안, 사랑과 친절을 주고 받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요한 일서 4:12에 있는 말씀으로 인사를 마친다:
“아무도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No one has ever seen God. But if we love one another, God lives in us. – 1 John 4:12)
미국 위스칸신에서,
조정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