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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는 아직 국내에 낯선 개념이지요. 편하게 보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역할이에요. 드라마의 흐름이나 전략을 만들고 배우들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일이죠. 정정화 PD(‘달콤한 거짓말’을 만든 영화감독 출신이다)가 드라마 연출이 처음이라서 벽에 부딪힐 때 어떻게 돌파하는지 조언도 해주고요.”
10년 동안은 KBS 공채 프로듀서로, 또 10년 동안은 외주 연출가로, 이제 10년 동안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표 PD는 워낙 밖에서 사 먹는 밥에 익숙하다. 손맛이 그리워진 탓일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물었더니 세련된 이미지와는 달리 ‘된장국’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엊그제도 아내가 끓여준 된장국을 먹고 나오니 힘이 나더라고요. 저도 나이가 들었는지 된장이 좋아져요. 아욱 된장국도 맛있고, 두부도 즐겨 먹어요. 아, 청국장만 빼고요(웃음).”
같은 콩 요리지만 냄새에 따라 선호도에 차등이 있다. 드라마에서 4인 4색 꽃미남들이 라면가게를 배경으로 각축을 벌이는 것처럼, 라면에도 참으로 다양한 취향이 공존한다. 긴긴 겨울밤을 달래주는 국민 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라면은 과연 어떻게 그려질까.
“라면이라는 컨셉트를 잘 잡은 것 같아요. 밥을 먹고 돌아서도 먹고 싶은 음식이 있잖아요. 자장면, 양푼 비빔밥, 그리고 라면이요. 라면은 누구나 먹는 방법이 달라서 참 재미있어요. 신혼부부들도 라면 끓일 때 많이 싸운다고 하잖아요. 면이 먼저냐 수프가 먼저냐부터 시작해서(웃음). 다른 음식에는 없는 매력이지요. 드라마를 보면서 같이 끓여 드셔도 재밌을 거예요.”
“정정화 PD와도 소주 마시면서 이야기했어요. 돈보다는 명성이 더 좋고, 명성보다는 작품이 더 좋고, 작품보다 사람이 더 좋고, 사랑이 더 좋다고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작품을 하고 싶어요. 사랑, 사람, 작품이 목적이거든요. 사랑에는 배려와 용기도 들어 있고 심지어 조잔함도 들어 있죠. 올해는 사람으로 인한 상처가 있었고 우울하기도 했어요. 체력도 많이 소진돼서 한 해 동안 6, 7kg이나 빠졌어요. 이를 극복하는 비결도 사랑인데 저는 범인이라 예수님, 부처님 같은 사랑을 베풀지는 못해요. 스스로를 좀 더 가다듬는 것으로 극복해야지요.”
20년이 넘도록 여의도에서 지내온 탓에 이제 그에게 드라마는 인생과 구분하는 일이 무의미해졌다. 구태의연하지 않고 누구를 대하든 같은 마음으로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표 PD의 삶에 대한 태도이다.
“노희경씨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드라마는 일인가 생활인가, 인생인가? 제 자체이니 저를 보여드릴 수밖에 없는 거지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일하는 것이고요. 방송을 위한 방송은 하지 않을 겁니다. 향후 10년은 ‘제 작품’을 만들 거예요. 드라마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다 좋다는 마음으로요.”
다음 작품은 다소 가벼웠던 색깔을 걷어내고 본연의 마음으로 돌아가 사랑의 여러 단면을 그려낼 것이라고 한다. 정확한 크랭크인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기대해도 될 것 같다. 그에게는 대중의 주목도 외면도 더 좋은 드라마,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한 발판이 될 테니까. 맛있는 음식 또한 휴식과 보상처럼 함께할 것이고.
배추 된장국
재료 배추 1/4통, 양파 1/4개, 멸치 국물 400ml, 된장 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홍고추·대파 약간씩
만들기 1 배추는 깨끗하게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양파는 채썰고 대파와 홍고추는 어슷썬다. 3 냄비에 멸치 국물을 넣어 팔팔 끓으면 된장을 넣고 푼다. 4 ③에 배추와 양파를 넣고 끓인다. 5 배추가 푹 익으면 다진 마늘을 넣어 한소끔 끓인 뒤 홍고추와 대파를 넣고 불을 끈다.
레이디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