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기능식품 백수오 논란이 뜨겁다.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백수오 제품에 정작 백수오가 들어있지 않아서다. 내용은 약간 다르지만 이런 일은 일반 식품에서도 나타난다. 오렌지가 들어있지 않아도 오렌지주스라고 팔린다. 포도알사탕에 포도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애매한 식품표기법 때문이다. 현행 식품법은 원재료가 들어있지 않아도 첨가물을 넣어 유사한 맛이 나면 해당 원료의 이름을 제품명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애매한 식품은 그렇다 쳐도, ‘100% 오렌지주스’라는 큼지막한 문구가 붙은 제품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00%라고 써 놓았는데 설마 오렌지가 들어있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매일 건강식품처럼 챙겨먹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속임수가 있다. 100%오렌지주스는 오렌지만 100% 있다는 말이 아니다. 과즙으로 포도나 딸기, 다른 과일이 아닌 오렌지만 100% 들어 있다는 의미다. 오렌지 과즙은 10% 정도만 넣고 나머지 90%를 물로 채워도 ‘오렌지100%’라고 표기할 수 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오렌지 과즙을 그렇게 조금 넣고도 어떻게 달고 맛있는 오렌지 맛이 날까. 실제 물에 오렌지과즙을 조금 넣고 흔들면 아무 맛도 없고 밍밍하다. 여기에 오렌지 색깔을 내는 노란 색소, 오렌지 향과 맛을 내는 착향료, 단 맛을 내는 설탕 한가득(보통 오렌지주스 250㎖ 캔에 각설탕 9개 분량의 당 포함), 상하지 않게 하는 방부제를 넣어 오렌지주스를 만든다. 더구나 과즙은 농축하는 과정에서 가열 처리돼 비타민 성분이 대부분 파괴된다. 100%라고 맛있게 먹었던 사람에게는 배신 아닌 배신일 수 있다.
그럼 진짜 ‘100%오렌지주스’는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제품 뒷면에 표시된 식품표시란을 잘 보면 된다. 보존료·착향료·인공색소·당류 함량을 모두 확인하고 사는 게 좋지만 일일이 기억하기 어렵다. 그럴 때는 단순히 표시된 성분이 적은 것을 고른다. 가장 좋은 것은 과일명만 적힌 것이다. 진짜 100% 과일만 들었다고 볼 수 있다. 과일명과 물, 두 가지만 적힌 것도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맛을 유지하려 물은 조금 넣은 제품이다. 둘 다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집에서 갈아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몸에 좋은 항산화물질은 대부분 껍질에 몰려 있다. 눈에 좋은 베타카로틴, 피부건강에 좋은 라스베라톨, 항암작용을 하는 폴리페놀 등은 대부분 껍질에 있다. 베이킹소다로 깨끗이 문질러 씻고 그대로 갈아 마신다. 껍질에는 식이섬유도 많아 포만감도 준다. 궁합에 맞는 과일 몇 개를 함께 갈아 마시면 맛도 좋고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사과·파인애플, 오렌지·포도, 바나나·딸기가 좋은 궁합이다. 오래 놔두면 비타민 성분이 산화될 수 있어 갈아 만든 즉시 마시는 게 좋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