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사람들의 이야기로 꾸미는 〈나일론〉 인사이더. 이번엔 서프 패션계다. 인사이트(Insight)의 로라 메이 깁스, 탤로(Tallow)의 새넌 클린스, 시(Seea)의 아만다 친첼리. 그녀들은 하나같이 서퍼의 룩도 아름다워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의상과 액세서리는 로라 메이 깁스 소장품.
로라 메이 깁스는 4곳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옷장을(집이 4군데다) “우스꽝스럽다”라고 표현했다. 호주의 서핑 & 스케이트 패션 레이블 ‘인사이트(Insight)’의 여성복 디자이너인 깁스는 어릴 때부터 옷에 대한 집념이 강한 소녀였다. 그녀의 옷장은 록 그룹의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와 빈티지 드레스, 그리고 괴짜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모아놓은 ‘집합체’라고 설명해야 맞을 거다.
시드니의 본디 해변 근처에서 깁스를 만났을 때도, 그녀는 네오프렌 팬츠에 오래된 축구 저지 셔츠와 발렌시아가 부츠를 매치한, 매우 독특한 차림으로 등장했다. 깁스는 27세의 비교적(!) 어린 나이에도 이미 많은 것을 이뤄낸 패션 디자이너다. 사쿠하치, 데님 앤 스레드, 사스 앤 바이드, 그리고 츠비와 같은 의류 브랜드에서 일해온 경력만 봐도 알 수 있다.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뉴욕에선 알렉산더 왕과 함께 인턴을 했으며, 파리에서는 스웨덴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로비사 부피(Lovisa Burfitt)와 일을 하기도 했다.
물론 그녀는 창조적 분위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아버지는 작가고, 언니는 DJ다). 깁스의 어린 시절 활동 영역은 주로 숲과 바다. “자연을 친구 삼아 놀던, 바람을 따라 그저 흐르는 대로 살던, 걱정이라곤 없는 그런 아이였죠.” 그녀가 말했다. 깁스의 무사 태평하고 노마딕적 취향은 인사이트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녀의 스타일은 주류 문화와 반대된다. 말하자면 비주류 아트와 음악, 길거리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깁스가 표현하기로는 “인사이트 걸이란, 자유로운 사상가를 말하죠. 멋지지만 조금은 특이한. 급진적 아티스트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으면 무조건 꼭 사는 그런 여자 말이에요.” 그래서인지 깁스와 인사이트 그리고 〈나일론〉은 왠지 잘 통한다.
깁스는 인사이트의 2012 S/S 컬렉션을 위해 1990년대 초반의 힙합 문화에 심취했다. 〈프레시 프린스 벨 에어〉(90년대에 방영한 윌 스미스 주연의 유명 시트콤)에서 자주 등장한 물 빠진 청바지와 거꾸로 쓰는 힙합 모자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러니까 이번 컬렉션은 올드 아메리칸 스포츠 웨어와 트라이벌 무드의 팬츠, 그리고 영화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스타일의 70년대 사이키델릭 문화와의 절묘한 조합인 거다. 조금 거창한가? “이번 컬렉션에선 조금 삼천포로 빠진 것 같아요.” 한때 모델로도 활동한 아름다운 그녀가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여자라면 기분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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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과 쇼츠는 모두 TALLOW, 네온 컬러 네크리스는 ORGANIC PEROXIDE, 핑크 브레이슬릿은 NIOR.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그러하듯, 서핑에서도 걸과 보이는 좀 다르다. “서핑을 진지하게 즐기는 여성을 위한 브랜드는 좀 더 특별해야 해요. 남성 브랜드와는 확실히 다른 어떤 것이 존재하죠.” 탤로(Tallow)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섀넌 클린스가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그토록 좋아하는 서핑뿐 아니라, 그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클린스와 탤로의 또 다른 파트너 알리 맨델스는 서퍼를 위한 패션 레이블 인사이트(로라 메이 깁스가 일하는 곳)에서 함께 일하며 만났다. 이번 시즌 탤로의 룩이 궁금하다고? 페미닌 무드를 기본으로, 잉카족에게서 영감을 받은 프린트와 화이트 코튼 소재의 선드레스, 콘트라스트 지퍼가 달린 서핑 슈트와 수영복 등이 탐스럽게 아름답다. “모든 스윔슈트에는 까다롭게 엄선한 아티스트 6명의 작품이 디지털 프린트되어 있어요.”
캠벨 밀리건(Campbell Milligan), 테레즈카 벡(Terezka Beck), 해리 더 햇(Harry the Hat)과 같은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말이다.
한국의 서퍼 걸들은 주목하라. 이보다 쿨할 수 없는 탤로의 서퍼 룩을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알려주겠다. 어반 아웃피터스, LA의 아메리칸 래그(American Lag), 온라인 쇼핑몰 내스티걸(nastygal.com) 그리고 영화 〈Damsels in Distress〉. 만약 탤로의 옷을 입고 섀넌 클린스 앞을 지나친다면, 그녀가 아는 척을 할 수도 있다.
“최근 멕시코 해변에서 우리가 디자인한 서퍼 슈트를 입은 여성을 만났어요. 너무 기쁜 나머지 달려가서 이메일 주소를 얻어내고는, 또 다른 서퍼 슈트를 보내줬죠. 그녀의 컬렉션에 보템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그녀도 저도 서로 좋은 거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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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윔슈트는 SEEA,선 바이저는 FLEET ILYA,블루 참 브레이슬릿은 JEAN PAUL GAULTIER.
브라질 이딜릭 지방의 이하벨라 섬(구글에서 검색해보길. 너무 멋져서 눈물을 흘릴 수도!)에서 자란 덕에 아만다 친첼리는 해변과 아주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지금은 캘리포니아 주 북부에 살고 있는 친첼리는 스윔웨어 브랜드 시(Seea)의 파운더이자 디자이너. 복고풍 스케이트보드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지금의 서핑 웨어를 만들어냈다.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샌 오노프레 스테이트 해변(San Onofre State Beach) 근처에서 살아요.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스케이트보드의 근원이기도 한 서핑 문화를 이곳에 다시 전파하고 싶어요.”
시의 컬렉션은 남성용 반바지(트렁크 팬티 같은)와 레드 톱을 결합한 올인원 슈트(모델이 입고 있는 것)부터 투피스 비키니까지, 모두 기능적 면에 충실하다(봉합선 없이 깔끔하게 만든 톱만 봐도 알 수 있듯, 서퍼 슈트 안에 입기 편하게 만들었다).
“서핑을 하며서 스피닝하고 있는데, 옷이 벗겨질까 봐 걱정하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싶진 않잖아요?” 친첼리가 웃으며 말했다. 빈티지 룩에서 영감을 받은 시의 라인은 스포츠 웨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패셔너블하다. 가장 유명한 말리부 슈트는 오버올 모티브 디자인과 마치 바닷물을 슈트에 물들인 듯한 컬러가 특징이다(시의 페이스북을 방문해볼 것). “스웨미 플레이슈트(Swami’s Playsuit)는 60년대 프렌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죠. 항상 기능적 면을 먼저 생각하지만 기발한 컬러와 프린트 역시 사랑합니다.”
서퍼 룩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걸 안다면, 당신 아마 좀 놀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