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지만 관절 질병은 한 번 발생하면 100%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 충북대 수의외과학 김근형 교수의 첫마디다. "
슬개골 탈구에 대한 치료와 수술은 무릎 관절을 해부학적으로 회복시켜 관절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정상적인 보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라며 슬개골 탈구 치료의 목표를 설명했다.
슬개골 탈구(Luxating Patella)는 뒷다리 '무릎뼈'(슬개골 ; patella)가 있어야 할 곳인
활차구(대퇴골의 홈 ; trochlear groove)에 들어가 있지 않고 탈구되는 증상이다.
몰티즈, 치와와, 푸들, 요크셔 테리어, 포메라니안, 페키니즈 등 소형견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질환이다.
외상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나, 대부분은 유전적 요인이 크다.
소형견종은 슬개골이 놓이는 대퇴골(넓적다리뼈)의 홈이 얕아 무릎뼈가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탈구되는 일이 많다.
슬개골이 탈구되면 걸을 때 뒷다리 걸음걸이 순서가 어긋나기도 한다.
한쪽 뒷다리를 들고 서 있거나 그 상태로 보행하기도 하고, 산책 후 무릎 부위를 핥고 깨무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진행단계는 1기부터 4기로 나뉜다.
1기에는 증상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
주로 내원하는 시기는 2기나 3기 무렵이다.
슬개골 탈구 단계
● 정상 : 무릎관절이 움직일 때 슬개골이 활차구에서만 움직이며 탈구가 발생하지 않는 상태이다.
● Grade 1(1기) : 손으로 개의 슬개골을 탈구시키면 탈구된다. 하지만 곧 제자리로 돌아온다. 개는 통증을 보이지 않으며 걸음새도 대부분은 정상적이다.
● Grade 2(2기) : 손으로 개의 슬개골을 탈구시키면 탈구된다. 스스로 탈구되기도 한다. 개가 무릎관절을 움직였을 때 탈구되기도 하고 정상위치로 돌아오기도 한다. 연골의 손상이 있다면 슬개골 통증이 있어 보행이 정상적이지 못하다. 연골의 손상이 없어도 가끔 비정상보행을 보일 수 있으나 이때는 대부분 통증보다는 슬개골이 빠지면서 관절 움직임에 어색함을 느껴 비정상적으로 걷는다.
● Grade 3(3기) : 슬개골이 계속 탈구돼 있다. 손으로 슬개골을 원위치 해주면 일시적으로 정상위치로 회복되지만, 무릎관절을 펴거나 구부리면 다시 탈구된다. 대부분 보행 이상을 발견하게 된다.
● Grade 4(4기) : 슬개골이 항상 탈구 돼 있다. 3기까지와 다르게 손으로도 탈구를 회복시키지 못한다. 이때는 걸음걸이의 이상이 명확하게 보인다. 무릎을 펴지 못해 이를 낮게 내리고 걷는다. 양측의 심각한 탈구라면 개를 뒤에서 봤을 때 O자형의 모습(양쪽 무릎이 바깥쪽으로 벌어진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한 다리에만 슬개골 탈구가 일어났다면, 아픈 다리를 휘청거리며 걷는다. 보다 심각하다면, 무릎관절을 움직이지 못해 걸을 수 없거나 앉은 자세로 지낸다. 뒷다리를 딛지 않고 앞다리로만 걷기도 한다.
슬개골탈구의 발생률
· 선천적 내측 슬개골 탈구 82%
· 양측성 50%
· 공통적 슬개골 탈구
- 소형견 98%
- 대형견, 초대형견 67-80%
· 암컷>수컷 (1.5배)
◆진행 초기, 비수술적 치료에 의존할 수 있어
탈구가 가벼운 정도라면 보조기구나 비수술적 치료로 더 이상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우선, 무릎관절이 움직일 때 탈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보조기구를 일정 기간 착용하는 방법이 있다. 보조기는 슬개골이 최소한의 운동만을 할 수 있게끔 상하좌우에서 물리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부차적으로 생길 수 있는 관절질환을 막아줄 수 있다.
또한, 수영, 미끄럽지 않은 평지 천천히 걷기 등의 부담 없는 재활치료 방법이 있다.
그러나 보조기구를 포함한 비수술적 치료기간 동안에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탈구가 심화되지 않는지 검사해봐야 한다.
김교수는 "비수술적 치료 효과가 없고 탈구가 심화되면 수술은 복잡해 질 뿐만 아니라 반려견은 더 많은 통증에 시달리고 회복 기간도 길어집니다. 따라서 방치할 생각이 아니라면 수술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며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슬개골 탈구 진행이 2단계 이상이면 수술을 고려한다.
성장기 중에 탈구가 발생해 뒷다리 뼈 변형이 발생하고 있거나 변형 우려가 높다면, 단계에 상관없이 수술을 추천한다.
뼈의 성장이 끝난 상태에서는 걸음걸이가 이상한 정도, 뼈의 변형 상태를 고려해 수술의 적절한 시점을 정한다. 3기 이상은 대부분 수술 할 수 밖에 없다고 김교수는 말했다.
◆수술 방법, 어느 한 가지로 적용하지 않아
최근 슬개골 탈구 치료에는 다양한 수술법이 보고되고 있다. 수술은 어떠한 한 방법만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검사를 거쳐 여러 가지 방법을 적절히 조합해 적용한다.
많은 수술기법이 있고 계속해서 국제적인 논문에 보고되고 있지만, 수술을 세분화 목적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활차구 성형술 : 활차구가 낮거나 없을 때 대퇴골의 활차구 위치에 홈을 만들어주는 수술
내측 이완술 : 슬개골 안쪽에 인대와 근육의 긴장을 푸는 수술
외측 당김술 : 슬개골 바깥쪽에 늘어진 인대와 근육조직을 정리하는 수술
정강뼈 내측회전 방지술 : 무릎 아래 정강뼈를 인대가 잡아주지 못해 내측으로 돌 때, 관절 사이로 인공 인대를 8자로 봉합하는 방법. 정강뼈 각도를 바로 잡아주고 십자인대 지지역할을 하는 수술.
정강뼈 능선 치환술 : 정강뼈 내측 회전이 심해 바른 위치로 회전시켜도 돌아오지 않을 때, 정강뼈 능선부 뼈를 잘라 외측부분에 고정해 무릎움직임을 안정화하는 수술
그 외 심한 4기에서는 대퇴뼈와 정강뼈의 변형을 바로 잡기 위해 교정 목적으로 뼈를 잘라 재위치 시키는 교정절골술을 시행한다.
추가로 보고된 최신방법으로 활차구의 재건이 불가능할 때 이식물(부분적 인공관절) 삽입술을 실시할 수 있다.
슬개골 탈구는 3일 이내의 입원이 일반적이며 수의학적 관리가 요구되는 경우에 1주일까지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영상 및 혈액 검사, 입원비를 제외한 수술 비용은 100-150 만원 정도이다. 4기에서 특별하게 교정절골술을 실시해야 할 상황이라면, 대퇴뼈와 정각뼈 변형부에 절골을 하고 바르게 교정을 한다. 그 후 플레이트와 스크류를 이용한 골절정복을 시행하게 돼 추가적인 수술비가 발생한다.
◆가벼운 재활치료부터 시작하면 호전 가능성 높아
수술에 대한 예후는 수술 방법뿐만 아니라 반려견의 전체적인 상태와 사후 관리에 따라 다르다. 수술 후 재활치료는 가볍게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
김 교수는 "수술을 받을 개가 다른 질병 없이 건강하고 뒷다리 근육이 좋은 상태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수술 예후는 좋습니다."라며 "진행단계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국내 동물병원의 수술 성공률은 3기까지에 한해 80%이상이며, 수술 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드뭅니다. 나머지 20% 이내에 해당하는 개도 대부분 과거보다 보행이 개선됩니다. 여기에는 1단계 정도의 슬개골 재탈구 또는, 내측 탈구(탈구가 안쪽으로 진행된 것)의 강한 교정 후에 외측 탈구(탈구가 바깥쪽으로 진행된 것)가 생기기도 합니다"라며 이때에는 완전한 안정화를 위해 추가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4기에서 대퇴뼈와 정강뼈의 변형 정도, 연골의 손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대부분 과거와 비교하면 보행이 개선된다. 그러나 오래 방치되어 관절연골에 심한 손상이 진행된 상태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슬개골 탈구가 4기임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치료가 미뤄지는 일은 드물다. 따라서 언급한 수술법들과 함께 뼈의 변형을 바로잡는 절골술을 적용한다면 수술 전에 비해 개선된 보행이 가능하다. 여러 사정으로 치료가 늦어져 심각한 4기(최근에는 5기로 구분하는 보고도 있음)로 진단됐어도 대부분 개선된 보행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수술이 끝나면 3-7일 정도 무릎을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도록 하고 수술부위 안정화를 위해 붕대를 하게 된다. 대부분의 개는 수술 후 2-3일부터 붕대를 감아둔 상태로 걸어 다니게 되는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7-14일차에 가벼운 움직임에 심한 통증을 보이지 않는다면 붕대를 제거하거나 최소한의 붕대를 하고 수술 받은 다리를 서서히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가벼운 산책이 가능하나, 수술한 다리를 편안히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수일이 더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관절을 움직일 때 심한 통증을 보인다면 붕대유지 기간을 좀 더 늘린다. 수술을 받은 관절에 부종이나 열감이 있다면 수의사를 찾아 원인을 찾고 적절한 추가 치료를 받는다.
약 2주 사이에 수술한 부위에 실과 가벼운 붕대 등이 모두 제거된 이후부터 야외산책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약 2개월 동안은 전력질주나 뛰어내림과 같은 무리한 동작은 피한다.
수술 후, 초기에 무릎을 움직이는 동안 통증 호소가 심하다면 무리하게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점차 무릎 움직임에도 통증 호소가 없어지면 가벼운 야외산책을 10분 내외로 하루 2-3회 해 보고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근육 강화 운동을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올바른 착지가 가능하고 미끄럽지 않은 바닥이어야 한다.
붕대를 제거하고 나서부터 보호자가 개의 발끝을 잡고 가볍게 무릎을 굽혔다 펴는 운동을 매 10번 정도씩 5회 정도를 반복한다.
체중 부담을 최소로 하면서 바른 보행을 가능하게 하는 수영도 좋은 방법이다. 대형견들에게는 특히 권하는 방법이며, 소형견 역시 효과를 볼 수 있다.
3개월 후에 과거와 같은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점진적으로 늘려나간다.
◆별다른 이유 없이 다리 사용을 거부한다면, 이용을 유도해야
무릎이 움직이는 동안 통증이 없지만, 수일이 지나도 다리를 사용하지 않을 때가 간혹 있다.
이때에는 앞다리를 들어주고 뒷다리만으로 서 있게 한 후 뒤로 천천히 밀어 뒷걸음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집안에서는 이불을 이용해 계단형태나 굴곡 형태로 만들어 그곳을 지나도록 한다.
수술받지 않은 쪽 발바닥에 물체를 부착시키면 개는 어색함에 해당 부위 다리를 사용하지 않고 수술받은 쪽 다리를 사용하게 된다. 이런 방법으로 수술받은 다리를 이용하게 유도하기도 한다.
◆관절 질환을 막기 위해서 미끄러운 보행을 피해야
김교수는 재활치료와 함께 중요한 것이 발바닥 털 관리라고 강조한다. 무릎관절에 이상이 있는 반려견 중 다수는 발바닥 털이 관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미끄러운 바닥은 개의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발바닥의 까만 패드 부분이 확실히 보이도록 털을 깎아줘야 한다.
매트를 깔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매트는 뒷다리 무릎관절과 엉덩관절뿐만 아니라 척추안정화에도 매우 중요하다.
◆관련 사료와 영양제, 실제로는 효과 없어
관절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관련 사료나 영양제를 급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슬개골 탈구' 자체에 도움이 되는 사료나 영양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슬개골 탈구는 무릎관절의 해부학적 변형으로 생기는 문제로 수술이 유일하고 근본적인 치료법'이라며 김 교수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영양제나 사료를 주고 나면 증상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관절보조 사료나 영양제에 첨가된 성분은 항염증, 관절연골 보호, 통증 완화, 체중경감 등의 효과를 보입니다. 수술적 치료가 늦어져서 이미 관절염이 발생했다면 수술 후 보행 개선은 되지만 관절연골이 손상돼 가끔 염증으로 인한 통증, 다리의 불편함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때 관절보조 사료나 영양제로 그 효과를 보기 때문에 슬개골 탈구 자체의 치료가 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한 번 생긴 관절 질환, 도미노처럼 건강 무너져
슬개골 탈구는 단순히 물리적 질환으로 그치는 병이 아니다.
슬개골 탈구가 생긴 개의 20%는 이미 정강뼈가 앞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전십자 인대가 파열 된 케이스다.
슬개골 탈구는 보행이 어색한 반면, 이 부위가 파열되면 아픈 다리를 딛고 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슬개골 탈구가 심하면 정강뼈 내측이 돌아가므로 전십자 인대에 가해지는 물리적 힘이 증가한다. 또한, 만성 관절염을 앓기도 하는데, 관절염이 관절 내 전십자 인대를 약하게 만든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슬개골 탈구 수술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전십자 인대 파열에 대한 예방을 고려해 수술방법을 적용한다.
한쪽 다리의 슬개골 탈구는 반대쪽 다리에 부담을 줘 나머지 다리의 슬개골 탈구 가능성도 높인다. 무릎이 불안정하면 무릎의 관절낭 속에 체중을 분산시키는 반월판에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한쪽 다리가 불편해 비정상적인 자세로 보행을 하게 되면, 무릎뿐만 아니라 척추관절에도 무리가 될 수 있다. 더불어 대소변 자세를 취하는 일상생활까지도 불편함을 준다.
◆슬개골 탈구는 결국 보호자 책임
무릎관절, 엉덩관절 그리고 척추관절에 질병을 가지고 있다면 체중관리가 최우선이다.
절대로 비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관절 문제는 근육이 약화됐을 때 더욱 심한 임상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반드시 산책과 운동으로
근육 강화를 위한 관리를 해야 한다.
동물은 사람과 달리 불편한 다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겠다는 스스로의 재활치료 개념이 없다.
따라서 조금만 불편해도 사용을 기피하게 되고 세 발로 적응해버린다.
슬개골 탈구 수술로 회복이 됐음에도 정상 보행을 보이지 않는 이유다.
특히 한쪽 뒷다리로 지내는 불편함이 앞다리보다 적기 때문에 슬개골 탈구에서 그런 경향이 더욱 높다.
김 교수는 "털이 길다면 한쪽 다리에 슬개골 탈구가 있어도 이런 부분이 가려져 자연스럽게 걷는 듯 보이기 때문에
문제점을 뒤늦게 발견하게 됩니다."라며 "뒷다리 보행이 이상한 이유는 골절 외에 무릎관절과 엉덩관절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따라서 보호자가 세심한 관찰로 보행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술 후에 재활에도 보호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수입니다"라고 이야기 하면서
"무엇보다 슬개골 탈구 수술은 복잡한 수술로서 무릎관절만이 아니라 전체를 보고 치료해야하기 때문에 반드시 수의정형외과분야에 경험이 많은 수의사에게서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사랑하는 반려견 건강에 대한 책임 의식과 주의를 재삼 당부했다.
위 영상은 개 슬개골 탈구(canine patellar luxation) 교육자료로 충북대학교 수의외과학 김근형 교수가 제작했습니다.
◆김근형 교수는 현재 충북대학교 수의외과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일본 홋카이도대학에서 수의정형외과분야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내를 비롯 일본, 유럽 등에서 수의외과학 및 수의정형외과학 회원으로 활동 하고있다. 충북대학교 동물의료센터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한국 임상수의학 교육협의회 학술위원장을 맡고있다. |
편집자 주 : 본 기사의 수의학적인 전문 내용은 김근형 교수의 자문을 구해 작성했습니다.
김윤경 PD ykk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