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凡人)이 선인(仙人)을 부러워하는 까닭은 나이를 초월하기 때문. 선인이 손바닥(掌)을 펼쳐 기적을 행하시니, 그것이 박토(薄土)에서도
무시무시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선인장(仙人掌) 되시겠다. 아침 산책 겸 제주 한림읍 월령리로 가니 널찍한 선인장 자생지가 펼쳐진다. 올레 14코스
중간점이기도 한, 해안가를 마주한 이 6914㎡(2091평) 규모의 들판은 2001년 천연기념물 429호로 지정됐다. 여기 뿌리내린 선인장의
원산지는 멕시코라는데,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이곳으로 밀려와 야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 어귀 돌담에도, 울타리에도,
여기저기 마구잡이로 선인장이 피어 있다. 쥐나 뱀이 집안으로 못 들어오게 일부러 심어 놨다는 얘기도 있다. 폭 2m·길이 210m 정도의 목재
데크가 해안가를 따라 쭉 펼쳐진다. 데크 좌우로 연둣빛 선인장이 손바닥을 흔든다. 잎은 말랑말랑해도, 안 보이는 잔가시가 많으니 하이파이브는 안
하는 게 좋다.
이 선인장을 갈아 즙을 내 마시면 말 그대로 '회춘 푸드'다. 장 운동이 활발해지고, 신경통·관절염 등 각종
성인병에 탁월하다 한다. 해가 뜬다. 찬 바람 맞고 서 있던 선인장의 단단한 피부에 물방울이 맺힌다. 다 늙어 온통 가시뿐인 것 같지만, 6월엔
이곳이 노란 꽃으로 가득 찬다.
다니고, 먹는 것만큼 쉬는 것도 중요하다. 제주 유일의 온천은 산방산 탄산 온천에서 묵은
각질을 벗겨내도 좋고, 지난해 제주 중문단지에 들어선 켄싱턴 호텔로 가도 좋겠다. 호텔 꼭대기에 제주의 오름이 시야에 담기는 루프톱(roof
top) 야외 수영장이 있다. 핀란드식 사우나에서 몸을 덥힌 뒤, 밖으로 나와 30도의 따스한 온수에 발을 담그고 소파에 몸을 묻는다. 스르르
잠이 온다. 하루가 지났는데, 나이는 거꾸로 먹는 기분.
회춘 상태를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부위가 바로 피부다.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있는 제주이야기 카페는 제주 화산송이를 이용해 직접 립글로스, 향수, 모공팩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화장품 체험장이다. 화산송이는
예전 제주도가 지각 변동을 겪을 당시 흙이 타 생긴 돌숯으로, 제주 방언으로 '가벼운 돌'이란 뜻. 각질 제거와 모공 축소에 탁월한 데다
향균력이 있어 피부 정화에도 좋아 유명 화장품 업체에 납품할 정도다. 체험장으로 이동해 '실습'을 시작한다. 모델링(modelling) 가루
17g과 화산송이 가루 2g, 제주에서 나는 7종의 꽃(유채·국화·백합·동백·수국·애기달맞이·왕벚꽃) 중 하나를 골라 꽃가루 1g을 섞고 향
5방울을 떨어뜨린 뒤 미리 준비한 에센스와 섞으면 끝.
꽃을 발랐으니 이젠 먹어도 봐야겠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전복
꽃밥'. 제주산 전복 내장을 쌀밥과 함께 졸인 뒤 전복 껍데기에 전복과 함께 담아낸 것으로 유채꽃과 동백꽃 샐러드가 한 접시에 같이 올라간다.
꽃잎을 집어 올려 꽃가루 머금은 꽃술까지 우아하게 입에 넣는다. 원래 영양소는 꽃잎에 몰려 있는 법. 씹을수록 입 안 가득 꽃물이 담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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