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교회에서 나눠 준 성경 일독표에 따라 요한복음 4장과 5장을 묵상했다.
지난달 소그룹 모임 때 나눴던 본문이라 그런지 유독 친근하게 다가왔고, 마음이 머무는 구절도 많았다.
특히 4장에서 예수님이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하시는 장면은 예전에 느꼈던 울림을 다시금 느꼈다.
여인이 예수님 앞에서 굳이 '우리 조상 야곱'이라고 표현하는 대목이 있다.
유대인들에게 천대와 멸시를 받던 사마리아인들의 오랜 아픔과 서러움이 그 한마디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듯했다.
"당신들이 우리를 아무리 무시해도, 우리 뿌리 역시 당신들과 같은 야곱의 자손"이라고
세상의 편견을 향해 외치는 것 같았다.
결국 나에게는 '내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문제가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늘 조건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다니고 부유해지면 어깨가 으쓱해지고, 그렇지 못하면 괜히 주눅이 든다.
내가 겪는 열등감과 우월감도 대부분 세상이 매긴 정체성의 기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나도 예외는 아니다.
문득 아주 오래전, 미국 시민권을 얻기 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는 투표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미국 시민임을 당당하게 증명하는 그 자격이 참 커 보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오늘 말씀을 묵상하며 다시금 깨닫는다.
사마리아 여인이 강조하려했던 '우리 조상 야곱' 보다 훨씬 더 크신 분이 지금 내 곁에 계신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어떤 자격시험이나 조건도 없이, 오직 거저 주시는 은혜로 가장 영광스러운 '천국 시민권'을 얻었다는 사실을.
그래도 가끔은 이 사실을 잊은 채, 세상에서 인정받으려고 잘난 체하거나 또는 낙심하며 살아간다.
세상은 끊임없이 나를 증명하라고 다그치지만, 하나님이 주신 은혜의 정체성은 내게 참된 자유와 평안을 준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싶다.
그래서 천국 시민이라는 이 기쁨과 감사를 날마다 잊지 않고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든든하고 안전한 하늘의 소속감의 정체성으로, 감사함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
"오직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 거기로부터 구원하는 자 곧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노니" (빌립보서 3장 20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