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1월 5일 오늘은 퇴근길에 사업장 근처 코스트코에 들렀다.
두 식구인 우리 부부에게 코스트코의 대용량 묶음 상품은 늘 과하게 느껴져 자주 가지는 않지만, 한 달에 한 번쯤 생필품을 사러 들르곤 한다.
가게 손님들께 드릴 생수도 함께 사 오는데, 오늘따라 생수 코너가 통째로 텅 비어 있었다.
문득 몇 년 전 코로나 팬데믹 초기, 생수와 휴지가 동났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이유가 궁금해 집에 와서 뉴스를 찾아보니, 올겨울 기습 폭우와 침수에 대비해 비상 식량과 물을 비축해 두라고 시에서 권고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 보도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물을 사재기한 모양이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뉴스 한 줄에 온 사회가 이토록 민감하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금 이상했다.
정말로 통제할 수 없는 재난이 찾아온다면, 그때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유약한지,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시스템이 생각보다 얼마나 쉽게 멈출 수 있는지를 눈앞에서 본 기분이다.
아내는 평소 준비성이 철저해서 비상시에 쓸 물건들을 잘 챙겨 두곤 했지만, 나는 늘 그 점이 조금 부족했다.
하지만 오늘 일을 계기로 내 생각도 조금 바뀌었다.
거창한 생존 배낭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상시를 대비하여 준비는 잘 해두는 것이 좋겠다.
일상의 평온함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유리 같은 것인지 새삼 깨달은, 의미 있는 하루다.
코로나 팬데믹 때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신뢰하며 아내와 함께 매일 소리 내어 읽어 온 시편 91편의 고백이 떠오른다.
세상의 시스템은 쉽게 흔들려도, 우리를 덮으시는 하나님의 날개 아래는 언제나 안전하다는 선포다.
오늘은 이사야 43장 2절 말씀으로 하루를 채우고 싶다.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함께할 것이라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치 못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행할 때에 타지도 아니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하리니" (이사야 43:2)
눈앞의 위기에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물도 불도 우리를 삼키지 못하게 지켜 주시겠다는 동행의 약속을 붙잡는다.
아내의 지혜를 따라 삶의 자리는 소박하게 준비하되,
마음 중심에는 세상이 줄 수 없는 가장 안전한 피난처를 두는 우리 부부가 되기를 소망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