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된 뒤 파리기후협약 등에서 전격 탈퇴하면서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긴 하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미국의 리더십이 사라진 뒤 전 세계가 리더십의 진공 상태로 빠져들었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실제로 안보리가 최근 유엔 사무총장 주도로 코로나와 관련한 비공개 브리핑을 열려고 했던 시도는 중국에 막혔다. 중국은 자신들의 책임론이 커질까 봐 코로나가 전 세계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대국들이 답답한 행보를 보이자 발트해 소국으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에스토니아가 "코로나 팬데믹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엔 안보리는 회의를 온라인으로 여느냐 마느냐를 놓고도 결론을 제대로 내리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국제적 리더십의 진공 상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우왕좌왕하도록 만드는 데 일조했다. 미국이 국제기구에 관심을 줄이면서 그 빈틈을 파고든 것은 중국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017년 중국의 지원을 받아 선출됐다.
중국은 코로나 사태 초기 WHO를 이용해 코로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도록 만들었다. WHO는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사람 간에 전염은 없다'는 중국 정부의 거짓 주장을 되풀이했고, 결정적인 예방 시점을 놓치게 만들었다고 미국의 시사지 애틀랜틱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