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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목사의 < 체육 교육의 위기 >

1 2010.09.09 06:53 Views : 1667

아시아 축구로써는 처음으로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엄청난 대업(?)을 이룩한 한국. 그런데,
많은 외국의 관계자들이 더욱 놀라는 사실은 전체 국가의 학교 체육 인프라가 이토록 열악한데도
그런 탁월한 성적을 내는 축구 대표팀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일년에 몇 조원이나 되는 돈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우리 한국의 교육에서 유독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체육입니다. 서울시내 초중고등학교들 중에서 백미터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운동장을 갖추고 있는
학교들은 전체의 반도 안 됩니다. 전국의 학교들 가운데서 실내 체육관을 갖고 있는 곳도 23%도
안 됩니다. 교사들 대부분이 여교사들로 채워져 있는 초등학교의 체육 시간은 거의 ‘아나공’
(공이나 몇 개 던져주고 놀라고 하는 것) 시간입니다. 게다가 정부 시책으로 체육 시간은 점점
감축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운동을 하는 학생들은 아예 운동부에 들어서 수업을 안 하고 운동만
합니다. ‘운동하는 아이들 = 공부는 포기한 애들’이라는 공식이 모두의 뇌리에 각인돼 있습니다.
이렇게 체육교육이 황폐해 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입시를 의식한 학부모들이 “쓸데없는
체육시간 대신 영어나 수학 시간을 늘려줄 것”을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활발한 스포츠 활동의 가장 큰 열매는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고, 체력입니다.
대만 교육부는 운동 부족, 페스트푸드 과잉 섭취로 인해 비만 학생이 급증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 99년부터 ‘333 운동’이란 것을 모든 학교들에서 실행케 하고 있습니다.
‘1주일에 3회, 한번에 30분 이상, 심장박동수는 1백 30 이상으로 운동하면 건강해
진다’는 것이 이 운동의 요체입니다. 이 정도만 하면 학생들이 수업에 지장도 받지 않고 운동에
싫증도 느끼지 않아 딱 좋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333 수첩’이라 불리는 체력측정 수첩까지
휴대하며 부모, 체육교사와 함께 매주 유연도, 순발력, 심폐능력 등의 항복을 측정한다고 하니
대단한 집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나친 공부와 운동부족, 페스트푸드 과잉 섭취로 인한
신세대들의 체력 저하는 우리 한국도 심각합니다. 교육부의 초,중,고 신체검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의 학생들의 체격은 10년전과 비교해 커졌지만 체력은 훨씬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포츠는 아이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법, 협동심을 길러주는 최고의 보약입니다.
1998년부터 일본의 학교들은 ‘가라다 호구시’라는 운동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운동은 체육 수업에 앞서 단순히 몸을 푼다는 의미보다는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증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동료들과 신체적 접촉을 하는 몸풀기 동작을 통해
협동을 통한 성취감을 만끽합니다. 학교별로 ’섬 만들기 게임‘ ’밧줄타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공통점은 학생들에게 ’너와 내가 함께 해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일본 문부성이 이 운동을 도입한 배경은 이지메 (집단 따돌리기), 학원폭력, 등교 거부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부터라고 합니다. 핵가족화에 따른 히토리고(ひとりご, 형제, 자매없는
아이)의 급증에다 컴퓨터, 인터넷 등에 몰입,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버리는 이기적 아이들이
늘어난 것이 이지메 등의 원인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쓰쿠바대의 다카하시 다케오 교수는
“21세기에 적합한 인간형을 키우기 위해서는 체력향상뿐 아니라 풍부한 인간성 배양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케오 교수의 말대로, 스포츠는 건강한 인생관을 형성시켜 줍니다. 파리 11구 로리옹가는
저소득층과 유흥시설이 몰려있는, 전형적인 슬펌가요 파리의 대표적인 우범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약 5년전부터 이 지역의 버려진 공터에 아스팔트가 깔리고 농구 코트와 축구 골대가
들어섰습니다. 학교에도 가려 하지 않는 거친 아이들을 억지로 학교에 끌어들이기보다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 것입니다. 그저 길거리를 삼삼오오 몰려 다니던 아이들이 공을
잡고 ‘그들만의 운동’을 즐기는 횟수가 늘어났습니다. 물론, 이 지역 출신 선배들이 대부분인
모니터 요원들이 옆에 붙어 있습니다. 그들의 심정과 환경을 너무나 잘 이해하는 모니터 요원들과
함께 대화하며 몸을 부대끼면서 아이들은 점점 건강한 인격체로 변해가는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이 지역 청소년 범죄율이 거의 절반이나 줄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유럽이나 미국의 슬럼가에는 스포츠를 통한 문제 청소년 문제 해결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으며, 운동 코치들은 아이들에게 마치 제 2의 아버지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스포츠는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리더십 훈련방법 중의 하나이다. 서구의 정계, 재계, 종교계
리더들 중에 학창시절 활발한 스포츠 활동을 안 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스포츠를 통해 아이들은 정직한 노력의 중요성, 포기하지 않는 집념, 외골수 스타 플레이어보다
팀웍이 더 중요하다는 것, 영원한 승자는 없으므로, 승자는 겸손하고 패자는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등의 금쪽같은 인생의 진리들을 피부로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를 관리하고,
다른 인간들을 관리하는 능력에 훨씬 더 빨리 눈을 뜨게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서구 사회에서는
스포츠 팀의 주장들이 급우들의 존경과 인기를 한 몸에 받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스포츠와 공부를 천적(天敵)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한국 학교와는 달리
서구 선진 국가들은 운동과 공부를 서로 반드시 필요한 동반자로 본다는 사실입니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가서 제가 제일 놀란 것은 모든 학생들이 다른 과목은 다 선택해도,
체육만은 선택의 여지없이 매일 최소한 1-2시간씩은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거기다,
학교에서 공부 잘 하고 리더십 있는 아이들일수록 운동 팀에 들어서 방과 후에도 2시간 정도는
꼭 격렬한 운동을 하고 집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학교 치고 아주 양질의 실내 체육관과
테니스 코트, 잔디 운동장이 없는 곳들이 없을 정도로 학교 교육과 스포츠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때는 즐기는 정도로, 중학교 때는 종목별 기능을 습득하는 정도,
고등학교 때 가면 재능 있는 아이들이 본격적인 대표선수가 됩니다.
그러나, 훈련은 절대 모든 수업이 끝난 후에 하며, 운동선수라고 해서 특혜는 없습니다.
모두 주어진 학점을 이수하고, 기본적인 학력테스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 시스템은 대학교
까지도 계속되어, 대학에서 학교 대표선수로 운동을 계속하려면 미국대학체육위원회
(NCAA)가 규정한 학업규정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래서, 종종 운동 코치들이 톱 스타
플레이어의 공부를 밤새 지도해 주는 진풍경도 연출 되기도 합니다. 운동선수들도 이렇게
기본적인 수준의 공부를 꾸준히 하게 하는 까닭에 이들이 중간에 부상이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운동을 그만두게 되어도, 다른 분야에서 사회 적응이 훨씬 용이합니다. 1989년 내셔날리그
골든글러브상을 수상한 미국 메이저리그의 투수 론 달링은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사람이고,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1만 미터 은메달을 딴 네덜란드의
봅 드 용은 의사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야신상을 수상한 독일의 골기퍼 올리버 칸도 수준급
증권 투자 전문가입니다. “운동하는 애들은 공부 못한다”는 식의 낡은 선입관은 이제 버리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운동하고 나면 지쳐서 공부를 못 할 것 같지만, 운동팀 선수들역시 방과후에 2-3시간 정도 이상
운동하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을 수준입니다. 저도 2년간 미국 고등학교의 육상팀에 있었는데,
운동을 하지 않고 집에가면 TV를 보거나, 빈둥거리기 쉬웠으나 운동하고 나면 오히려 집에
가자마자 샤워하고 곧바로 책상앞에 앉게 되어 훨씬 집중력이 좋아졌습니다. 한참 자랄 때
아이들에게서 배출되는 왕성한 호르몬을 이렇게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배출시켜 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신경질이 많아지고,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수가 많습니다. 또한, 이렇게
청소년 시절에 꾸준히 운동을 한 미국 학생들은 강한 체력이 생겨서 대학교, 대학원으로
올라가면서 점차 공부의 강도가 세져도, 동양권에서 유학온 학생들보다 훨씬 지구력이 좋습니다.

미국의 스포츠가 학교 중심이라면 유럽의 스포츠는 클럽 중심입니다. 독일같은 나라는
8만 6천개나 되는 스포츠 클럽에 2천 7백만에 달하는 멤버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전체의
절반이 훨씬 넘는 청소년들이 이 클럽들에 가입하여, 방과후와 주말을 이용, 마음껏 운동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 클럽들은 학교나 정부 시설을 무료로 이용하고, 기업들의 광고를 유치하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는 까닭에 아주 저렴한 멤버 가입비로도 효율적으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히딩크 감독의 나라 네덜란드도 인구가 1천 5백만명밖에 안 되는데, 전국에
스포츠 클럽이 3만4천여개에다 가입인원이 5백만이 넘습니다. 이런 탄탄한 아마츄어 생활체육을
기반으로 최근 두 차례의 겨울과 여름 올림픽에서 모두 8위를 차지하는 실력을 보였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초등학교 학생들은 ‘아뜰리에 블루’라고 하여, 방과후에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그중 체육활동은 아주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합니다. 탁구, 가라데, 댄스, 테니스 등 요일마다
아주 다양한 종목들을 섭렵합니다. 아뜰리에 블루는 거의 정부 지원으로 이뤄집니다. 또한,
매주 수요일은 ‘가방 없는 날’로 체육활동을 하는 날로 아예 못박아 놓았습니다. 이 때 학생들
대다수는 정부와 지방단체에서 운영하는 학교 인근 스포츠센터에서 체육활동을 합니다.
이런 형태의 활동을 프랑스에서는 ‘제 3 의 체육수업’이라고 부릅니다. 비용은 학부모들의
수입 정도에 따라 다섯가지 계층으로 분류되어 그에 적합한 비용을 지불하면 나머지는 다
지원받습니다. 빠리에만도 약 2천 5백여개의 전문 스포츠 클럽이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학교, 정부, 스포츠 클럽이 유기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데, ‘학교 체육은 놀이로써의
스포츠, 정부에서 관장하는 아뜰리에 블루의 체육활동은 기본기 습득, 스포츠 클럽은
선수 육성’을 중점적으로 맡는 것입니다.
캐나다는 유럽과 미국의 모델을 적당히 퓨전시킨 형입니다. 유럽 모델의 체조와 단체 운동이
발전했지만, 19세기 초반부터는 경쟁적 성향이 강한 미국 체육이 유입됐습니다. 캐나다 중,
고교에서 성적이 상위 20%안에 드는 학생들로 이뤄진 청소년 리더십 코스는 학교 체육수업 외에
남녀가 합동으로 하는 체육 수업으로써, 아이스하키, 농구, 수영같은 힘든 운동도 성차별없이
실행됩니다. 특히, 캐나다 특유의 천혜의 자연의 이점을 살려 카누, 등산등의 다양한 교육도 함께
실시합니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은 단순한 케치프레이즈로 그쳐선 안 됩니다. 우리 교육을 정말 세계
일류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려면 획기적인 스포츠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몸을 건강하게
해야 합니다. 유럽의 클럽 시스템과 미국의 학교 체육의 장점들을 잘 흡수하여 튼튼한
생활체육의 뿌리를 형성해야 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낌없는 스포츠 시설 확충과
강사지원으로 자양분을 공급하고, 직장에서도 여가시간 스포츠 클럽 활동을 적극 지원할
일입니다.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을 다양한 방법으로 연계시켜서 어른과 아이들 모두 함께 즐겁게
운동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어른들부터 여가시간을 고스톱이나 음주로 보내지 말고
다 함께 운동을 하면 가족관계, 이웃관계도 훨씬 건강해질 것입니다.
우리에게 육체를 주신 하나님은 그 육체를 무엇보다 잘 관리하길 원하십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이 건강한 법. 이번 월드컵의 4강 신화를 계기로 전 국민이 건강한 스포츠 문화를 세대를
초월하여 확산시켰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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