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위기, 함께 기도할 때입니다

                                                방청록 교수 /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최근 세계 금융시장은 유럽지역에서의 재정위기 확산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으로 큰 혼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상황을 벗어나고 있다는 낙관적 시각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적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경제성장률이 대폭 하향 조정되고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 있습니다. 유럽지역에서는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남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도미노식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유로존 경제권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빠른 성장세를 이어온 중국에서는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대지진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글로벌 경제위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주요 선진국 사이의 정책적 공조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지만, 그 실현 가능성과 효과에 대해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최근의 경제위기가 시작된 데는 크게 세 가지의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되고 있습니다. 첫째로 실물경제의 어려움입니다. 지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버블로부터 시작되었다면 최근의 경제위기는 경제적 펀더멘털의 약화에 따른 실물경제의 어려움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심리적 불안 요인입니다. 기본적으로 시장에 대한 신뢰가 매우 취약하고 심리적 불안감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계속되는 악재의 발생에 따라 투자심리 등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로 정치적 무기력함입니다. 경제적 위기의 상황을 앞에 두고 미국 정부와 정치권이 보여준 무기력한 정책대응의 모습은 경제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의 세계 경제위기는 경제적이면서도 정치적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주요 선진국들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주요 국가의 정책결정자들과 학자들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기능의 회복이나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인 대응, 더 나아가 국제적 리더십을 가진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에서도 명쾌한 답을 발견하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우선 미국에서는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에 시장의 기능만으로 경기회복이 가능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국제적 수준에서 살펴보아도 시장의 자유화와 개방화에 근거한 세계 경제의 성장은 그 자체로 한계를 경험하여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세계화가 국제적 경제 성장에는 분명히 기여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세계화 과정에서 소외된 다수 개도국에서 불균형 성장과 부의 불평등 분배와 같은 문제가 나타났고, 이로 인한 범세계적 빈곤, 빈부격차 등 다양한 정치경제적 문제가 주요 국제이슈로 부상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말 그대로 시장의 실패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권의 무능과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한 정부실패의 결과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오히려 미국 정부의 과도한 부채가 재정위기를 촉발하였던 주요 원인이 되었고, 경제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정치권에서는 시장의 불안 요소를 해소할 정치적 리더십이나 조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제사회는 시장과 국가의 역할 그 어느 한 대안만을 중심으로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만약 주요 국가에서의 저성장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에서 정책적 대안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 바로 세계 시장에서 심리적 불안이 계속되는 이유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의 세계 경제위기가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성경말씀은 우리에게 특정의 정치 경제 모델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성경말씀에는 신앙인들이 따라야 할 일련의 원칙들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여온 과도한 부채와 탐욕, 부정직함, 서로 비교하며 끝없이 경쟁을 부추기는 문화는 기독교인의 삶 속에서도 배격되어야 할 요소들입니다. 물질만능주의나 성공지상주의 가치도 당연히 경계해야 합니다. 사회와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독교인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향한 긍휼의 마음을 견지할 필요가 있으며, 국제적인 수준에서도 개도국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 확대를 위한 노력도 지속되어야 합니다.

    결국 위기의 상황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하나님 나라의 회복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이나 국가가 어떠한 정책적 입장을 택하건 그 정책적 노력에 따라 보다 공의롭고도 평화로운 세계의 건설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른바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려는 노력이 ‘시장 메커니즘’이냐 ‘국가 정책’이냐 라는 논리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강력한 정치경제적 지도력을 가진 국가가 그 역할을 회복할 경우 세계 경제의 회복과 성장이 가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만 의지하는 것도 적절한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은 역사를 주관하시는 분이십니다. 성장과 위기의 시기를 반복하여온 그간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시장도, 정부도, 또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국가의 등장도 현실의 여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오히려 주어진 위기의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바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지혜를 구하면서 어떠한 방법을 통해 샬롬의 국제질서를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가 위기에 직면한 지금은 무엇보다 세계의 성도들이 한 마음으로 기도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