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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불 공룡능선 바위 타고 오다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뒷태에 반하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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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월재 은빛 억새파도 일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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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만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계획에 없던 갑작스런 번개산행은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과 반전이 있어 설렌다. 신불 공룡능선 칼바위 타고 넘고 싶어 번개를 쳤다는 산을 좋아하는 지인의 말에 나도 동행하기로 했다. 모두 네 명의 여인이 동행한다. 9월 19일 수요일, 날씨는 쨍 하고 금이 갈 듯 맑고 깨끗했고 하늘은 태풍으로 몸서리친 이후 더 깊고 높고 맑고 그윽해 진 듯 했다. 신불산 공룡능선(일명 칼바위)를 만나러 간다. 

영남알프스는 태백산맥의 끝부분에 1천 미터급 여덟 개의 산이 연이어 고원을 이루고 있어 '영남알프스'라 불린다. 공룡능선은 신불산 동쪽에 붙어 있다. 신불산 만나러 가는 길 가운데 홍류폭포를 지나 신불 공룡능선 일명 칼바위를 타고 넘어 스릴 있게 만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오늘 우리 마음은 신불산보다 공룡능선, 일명 칼바위에 집중되어 있다. 

얼마 만에 만나는 건지. 신불 공룡능선(일명 칼바위)은 등산을 알게 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만났었다. 막다른 곳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고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며 올랐던 공룡능선. 공룡능선은 첫 만남이 그렇게 힘들었던 까닭에 두 번 다시 칼바위를 탈 엄두도 내지 않았다. 목적지가 신불 공룡능선이라고 해서 처음엔 잠시 망설였지만 생각을 바꿔 동행했다. 그 어렵고 난해한 열 개의 높은 암봉을 타고 넘는 아리랑 릿지도 했고 깎아지른 듯한 바위암반을 타고 오르는 백운슬랩도 거뜬히 해냈고 작천슬랩 바위도 탔던 내가 아닌가. 

여장부들, 공룡능선 칼바위 타고 앗싸, 앗싸라비야~

▲ 공룡능선에서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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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간월산장 밑에 있는 넓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산을 만나러 가기 전 신발 끈을 고쳐 메고 가지산장 앞을 지났다. 9월의 아침 공기는 찹찹한 것이 기분이 좋았다. 뜨뜻미지근하지 않고 서늘하고 찬 공기가 몸과 마음을 깨어 있게 하는 것 같아서 나는 이런 날씨를 좋아한다. 

홍류폭포를 만나고 신불 공룡능선 칼바위를 만날 계획이다. 그런데 일행 중 한 사람과 서로 주거니 받거니 얘기하고 가다가 그만 이정표를 놓치고 말았다. 가다보니 길을 잘못 들어서 엉뚱한 방향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방황하던 우린 다시 왔던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왔고 한참 헤맨 끝에 일행들과 홍류폭포에서 다시 만났다. 

▲ 신불 공룡능선에서 네 여인.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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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불 공룡능선 걸어온 바윗길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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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류폭포 물소리가 숲을 가득 채웠다. 폭포 떨어지는 물소리가 장쾌했다. 솨아~솨아~듣기에도 보기에도 시원했고 폭포에서 튀는 물보라에 온몸이 서늘해졌다. 높은 바위를 타고 떨어지는 물소리 환한 홍류폭포 앞에서 우리는 한동안 앉았다가 신불 공룡능선을 만나기 위해 일어섰다. 

신불 공룡능선, 일명 칼바위를 만나러 간다. 신불 공룡능선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 길로 한참 이어지다가 비탈길로 연결되었다. 공룡능선 칼바위가 보일 때까지 급경사 오르막길로 계속되었다. 경사 높은 길은 작은 평지 한 평 내주지 않았고 온몸의 기가 다 소진되는 듯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씩 걸음 옮겼다. 칼바위 공룡능선이 가까워지면서 밧줄을 타고 오르는 바윗길을 몇 번이고 곡예하듯 지나야 했다. 그야말로 똥줄 당기는 오름길의 연속이다. 온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간 것 같다고 생각될 때 드디어 공룡능선 앞에 다다랐다. 

▲ 신불 공룡능선에서 바위 맛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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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회가 새로웠다. 역시 오길 잘했다. 뾰족하게 높이 솟아 위협적으로 보였던 칼바위, 다시 와서 보니 녹슨 칼처럼 무뎌 보였고 멀리멀리 굽이굽이 뻗은 공룡능선 바위는 오히려 친근하게 보였다. 공룡능선을 조망하면서 우린 비탈에 선 소나무 옆에 앉았다. 잠시 앉아 쉬다가 점심도시락을 먹고 힘을 얻었다. 올라온 길이 험했던 까닭에 다리에 힘이 풀려 있었고 에너지도 소진되어 있었다. 휴식하며 전의를 다졌다.

우리는 공룡능선 칼바위에 첫 발을 내디뎠다. 발바닥에서부터 몸 전체로 바위의 정기가 짜릿짜릿 전해지는 것 같았다. 전율이 온 몸을 휘감았다. 일행들 중 그 누구 한 사람 공룡능선을 타고 오르며 힘들어 두려워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바위 타는 설렘과 즐거움을 만끽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앗싸~' 앗싸라비야' 

▲ 공룡능선 타고 억새 바다 헤엄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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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능선 바위에서 사진을 찍는 나를 향해 다리를 들고 서거나 새처럼 날아오르는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요즘 유행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연출하면서 좋아해 오히려 진정시켜야 할 정도였다. 역시 우리는 공룡능선 칼바위 스타일인가보다. 여장부들의 겁 없고 두려움 없는 행보를 누군가 보면 혀를 내둘렀겠다. 칼바위를 건널 땐 몸의 균형이 중요하다. 잠깐이라도 방심은 금물, 몸의 균형이 깨지면 아찔한 벼랑길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아찔아찔한 위험구간이다. 그러니 산행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산 꾼이라면 모를까.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어린이, 노약자, 등산 초보 등은 금물이다. 

흔히 사람들은 지리산과 같은 육산은 외향적인 사람이 타기에 좋고 내향적인 사람은 바위산을 타는 것이 좋다고 한다. 릿지(바위산)는 화려한 여자에 비유하고 육산을 편안한 누이나 어머니 같은 이미지 같다고들 하지만 바위산도 육산도 다 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바위산은 바위산대로, 육산은 육산대로 그때마다 새롭게 와 닿는다. 

우리는 바위 타는 즐거움, 그 짜릿한 바위타기를 즐기며 공룡능선을 타고 넘고 또 넘었다. 바위 암릉 중간에 다리에 쥐가 나서 주저앉아 있는 사람과 그 일행들이 보였다. 갑작스런 등산에 몸이 무리한 까닭이라고 했다. 우리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스릴 있는 암릉 길을 넘고 또 넘었다. 건너 온 길을 가끔 돌아보면 공룡능선 위로 맑고 푸른 가을 하늘과 시리도록 흰 구름들이 둥실둥실 멋지게 수를 놓고 있어 그 뒤태에 또 반해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간월재 억새바다에서, 우린 감성 여인

▲ 간월재 억새바다 은빛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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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공룡능선 바윗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다 건너 왔다. 공룡능선을 등 뒤에 두고 곧장 신불산(1109m) 정상에 도착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과 상북면, 양산시 하북면, 원동면에 걸쳐있는 신불산을 비롯해 영남 알프스 일대는 온통 하얗게 억새바다. 어느덧 가을은 깊어져 있었다. 

신불산(1109m) 정상을 잠깐 둘러 본 우리는 이제 간월재로 내려섰다. 간월산이 마주 보이고, 간월재 억새길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주변은 온통 억새꽃이 하얗게 피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은빛 억새가 은빛 파도를 만들며 일렁이고 바람마저 간월재 억새 사이에서 쉬어 갔다. 

▲ 간월재 억새바다에서 가을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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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장군 포스였던 여인들이 간월재 은빛 물결 파도치는 억새바다 사이에서는 가을 여인이 되어 억새 사이에서 여인의 향기를 내뿜었다. 언제 그렇게 공룡능선을 타고 넘었냐는 듯이, 언제 여장부들이었냐는 듯이, 갈바람 서걱서걱 춤추는 억새파도 출렁이는 곳에서 감성여인들로 변모해 있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은빛 억새파도가 일렁거렸다. 호젓한 억새 길 사이를 걸으며 가을 속에 빠져들었다. 

이제 신불 공룡능선도, 영남 알프스 간월재 억새물결도. 모두 뒤로 하고 돌아갈 시간. 간월재 억새꽃 은빛 물결에 취해있던 우리는 간월재에서 등억 임도를 따라 하산했다. 간월산장 주차장에 도착하자 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물소리 환한 홍류폭포를 일별하고 칼바위 공룡능선을 타며 짜릿한 바위 맛을 즐겼고 간월재 억새바다에서 감성 여인, 가을 여인이 되어 센티멘탈해졌던 하루, 멋진 산행이었다. 

▲ 간월재 억새바다 은빛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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