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사이, 1896년부터 시작된 근대 올림픽은 패션과 스포츠웨어의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1908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덴마크 체조선수들. 보수적인 미디 길이 스커트 룩을 하고 있다 .
●1912
여성잡지 <femina>의 커버를 장식한 스톡홀롬 올림픽 테니스 챔피온 Marguerite Broquedis.
●1936
영국의 테니스 스타 프레드 페리와 잭 크로포드. 운동복이라고 하기엔 점잖은 모습이다.
●1964
버버리가 디자인한 영국 대표팀 단복.
●2004
2004 아테네올림픽 영국 대표팀의 경기복. 기능성은 물론 스타일리시함까지 갖춘 모습으로 발전했다.
●2012
고대 올림픽에서 나체로 행해졌던 올림픽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스포츠 웨어의 발전을 주도해 왔다. 그리고 현재에 와서는 세계 패션을 움직이는 거대한 마케팅의 장이자 신소재와 신디자인의 박람회장으로 발전했다. 전 세계 패션계가 주목하는 2012 런던올림픽. 올림픽 특수를 한껏 활용하기 위한 패션업계의 치열한 마케팅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언뜻 생각해보면 올림픽과 패션이 대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다. 기원전 8세기에 개최된 최초의 올림픽 게임에서는 운동선수들이 나체로 경기에 참가했다. 하지만 1896년에 다시 시작된 근대 올림픽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옷을 입고 참가했다. 극단적인 예가 되겠지만 이것만 보아도 올림픽 패션은 세대와 함께 발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대 올림픽 초기에 사람들은 줄무늬가 있는 플란넬 수트나 팬츠와 보수적인 청색 코트, 밀짚으로 만든 모자 ‘보터’를 착용했다. 지금 보면 스포츠 웨어라기보다는 점잖고 격식을 갖춘 룩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스포츠 웨어는 조금씩 대담해져 갔다.
20세기 초 코코 샤넬이 스포티한 여성용 수영복을 만들었고, 비치 파자마와 라운징 파자마로 여성복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스포츠복의 시초가 된 이러한 저지 소재의 스포츠 웨어들은 코르셋에 옥죄이기만 했던 여성들에게 편안함과 활동성을 가져다주었다. 긴 소매의 니트 스포츠 스웨터도 흔하게 입게 되었다. 이러한 스포츠 웨어는 1920년대와 30년대 새로운 모더니티 디자인의 초점이 되면서 더욱 발전을 거듭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같은 합성섬유가 발명되면서 신축성이 더해진 신소재로 스포츠 웨어는 더욱 혁신적인 단계를 밟아간다. 스포츠 웨어가 몸을 가리기 위한 것에서 스포츠를 위한 기능이 더해지는 시점이다.
그리고 마침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컬러TV를 통해 올림픽을 시청하게 되면서 마침내 올림픽은 스포츠 패션에 커다란 폭풍의 핵이 되었다. 패션 브랜드들은 스포츠 스타를 통해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갔고, 적극적인 스폰서십을 감행했다. 아무것도 입지 않고 맨몸으로 시작했던 올림픽은 이제 세계의 패션을 움직이는 거대한 마케팅의 장이자 신소재와 신디자인의 박람회장이 된 것. 그렇다면 전 세계 패션계가 주목하는 2012 런던올림픽에선 과연 어떤 패션신이 펼쳐질까.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듯, 올림픽 특수를 한껏 활용하기 위한 패션업계의 마케팅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번 런던올림픽 스타디움에는 빠르게! 멀리! 높이!외에도 멋지게! 스타일리시하게!라는 구호가 울려퍼진다. 동시대 국가대표급 디자이너들이 이번 올림픽을 위해 탐나는 유니폼과 단복을 만들었고, 내로라하는 패션 브랜드들이 총출동하여 런던올림픽 에디션을 스타디움에 출전시켰다. 이쯤 되면 ‘패션 올림픽’이라는 수식어는 당연하다.
(좌)유니언 잭을 모던하게 변형시킨 영국 유니폼. 스텔라 매카트니가 총지휘를 맡았다. (우)아메리칸 클래식을 반영한 미국 유니폼.
디자이너들의 유니폼 컬렉션, 메달리스트는 누구?
런던올림픽의 시작이 코앞에 다가오자 각 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올림픽 스타디움 트랙 위에 줄을 지어 섰다. 우선 1번 트랙에는 주최국 영국이 포진했다. 올림픽 이슈로 가장 많은 화제를 모은 주인공은 바로 영국 대표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
런던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아디다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해 함께 영국 대표팀의 유니폼을 선보였다. 여자들이 가장 입고 싶은 옷으로 손꼽는 스텔라 매카트니의 디자인이 첨단 기술력이 결합된 최상의 스포츠 웨어로 다시 태어났으니 기대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스타일의 유니폼은 자그마치 2년의 제작 기간이 소요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런던 타워에서 열린 유니폼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제시카 에니스, 필립 이도우, 엘리 시몬스 등 30여 명의 스타급 선수들이 함께했으니, 그 스케일 또한 국가 프로젝트 버금간다 . 그런가 하면 2번 트랙에는 미국 대표팀이 준비운동을 서두르고 있다. 아메리칸 스타일을 상징하는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 2008 베이징올림픽,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 이어 세 번째로 US 올림픽팀의 유니폼을 디자인했다. 오프닝과 클로징 퍼레이드 유니폼, 선수촌 의상 및 액세서리를 총괄하게 된 랄프 로렌은 1930년대와 40년대의 감성을 올림픽의 역사와 명예, 전통으로 승화시킨 스타일로 최첨단 영국 유니폼과 각축을 벌일 예정이다.
이탈리아 세일링팀을 위한 프라다의 스케치.
3번과 4번 트랙은 스타일에 민감한 유럽 디자이너들이 나란히 차지했다. 이탈리아 국가 대표팀은 대회 기간 동안 EA7 엠포리오 아르마니 스포츠 웨어와 수트를 입는다. 선수들에게는 자그마치 50여 개의 아이템으로 된 의상 키트가 구성되는데, 유니폼 한 세트와 여행용 캐리어 및 수트 케이스, 비대칭 앞여밈이 특징인 트랙 수트와 재킷, 쇼츠, 티셔츠 등이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이 키트에는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된 러닝화와 트레이닝화까지 포함되어 다른 나라 선수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화이트와 미드 나이트 블루가 조화를 이룬 이번 유니폼은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세심하면서도 품위 있는 디자인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또 이탈리아는 패션 종주국답게 세일링 국가 대표팀의 유니폼은 프라다에게 맡기며 여유롭고 풍족하게 올림픽 스타일을 라인업했다. 세일링 유니폼은 특별히 선수들이 실전에서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최상의 테크니컬 기법을 사용했다. 푸른 바다 위에 프라다가 만든 세일링 유니폼을 입고 검게 그을은 이탈리아 세일링 대표팀은 런던올림픽에서도 가장 기대되는 패셔니스타 그룹이다.
(좌)에르마노 설비노가 디자인한 아제르바이젠 공화국 유니폼.
(우)선명한 컬러 매치가 돋보이는 아제르바이젠의 유니폼 가방.
그 외에도 카스피해 서부 연안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의 유니폼은 디자이너 에르마노 설비노가 맡아 스포츠 시크 쿠튀르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 스포츠 유니폼은 약간 의외라고 생각했던 에르마노 설비노의 디자인은 밝은 색감과 절제된 디자인으로 데이웨어로 입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영국의 프레피 스타일을 접목시켜 빈폴이 디자인한 대표팀 단복.
국내 패션계도 만만치 않은 반격을 준비 중이다. ‘국민 브랜드’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제일모직의 빈폴과 스포츠 브랜드 휠라가 그 주인공. 1984년 런던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2012년 버전으로 재해석된 빈폴의 유니폼은 단정한 네이비와 화이트 컬러의 매치가 돋보인다. 슬림 실루엣과 페도라, 타이, 아가일 삭스, 옥스퍼드 슈즈 등 세세한 곳까지 스타일리시한 터치를 가미했다.
그리고 휠라는 시상대에 오를 때 선수들이 착용하는 시상복을 비롯해 트레이닝 세트와 티셔츠, 팬츠 등의 의류와 신발, 모자 등의 스포츠 단복을 제공한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 문양과 단청의 이미지로 세계인에게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널리 홍보한다. 자, 이제 각국 디자이너들의 손길로 만반의 준비는 마쳤으니 런던올림픽의 총성이 울리는 일만 남았다. 런던 스타디움 안에서 어떤 나라의 유니폼과 단복들이 가장 스타일리시하고 패셔너블하게 뛰어오를 것인가!
유니언 잭을 위트 있게 변형한 푸마-미하라 야스히로 컬렉션.
내로라하는 패션 브랜드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패션 특수를 위한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 세계의 눈이 런던올림픽 스타디움에 모아질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발빠르게 콜래보레이션 제품과 올림픽 에디션을 선보이는 것도 당연지사. 그 선봉장으로 런던올림픽의 공식 스포츠 파트너인 아디다스가 선두를 맡았다. 우선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라인은 매 시즌 핫한 디자이너와 손을 잡는 뉴욕의 핫한 컬렉트 숍인 오프닝 세리머니와 콜래보레이션 컬렉션을 선보인다.
1. 타미힐피거의 올림픽 피케셔츠 컬렉션.
2. 런던의 이층버스를 모티브로 한 키링. 아디다스 by 스텔라 매카트니.
3. MCM에서는 유니온잭과 팝컬러를 매치한 펑키한 백팩 컬렉션을 선보인다.
사이클과 스카프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네오프렌 소재의 의상과 유니크한 소품들은 이번 런던올림픽 에디션 중 가장 핫하고 탐나는 컬렉션이다. 벌써부터 패션피플들은 컬렉션이 출시되는 7월 5일만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중. 또 스텔라 매카트니 컬렉션을 통해서도 패셔니스타들을 스포츠 숍으로 꾀어낼 작정을 단단히 한듯하다. 아디다스 by 스텔라 매카트니에서는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을 모티브로 한 특별 에디션을 준비한 것.
‘네오프렌’이라는 신소재로 디자인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X 오프닝 세레모니 컬렉션.
메인 아이템은 비가 많이 내리는 런던의 감성에 유니언 잭의 컬러인 블루를 감각적으로 매치한 후드 레인 케이프로, 가벼운 방수 소재로 만들어져 우천 시에도 경기 관람이 가능한 실용성까지 갖췄으니 경기 관람을 좋아하는 스포츠 마니아라면 꼭 하나 소장하고 싶어지는 에디션이다. 런던 올림픽에 25번째 올림픽 공식 타임 키퍼로 참가하는 오메가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2011년 3월 14일 트라팔가 광장에 카운트다운 시계를 공개했을 뿐 아니라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오메가는 멋진 블루 다이얼의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컬렉션의 특별 기념 모델들을 준비했다. 시계 마니아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핫 아이템이 아닐까.
1. 오메가 씨마스터 아쿠아테라 크로노그라프 2012 런던올림픽 컬렉션.
2. 소노비의 귀여운 윈스민스터 키링.
3. 지미추의 유니언 잭 모티브 스니커즈. 아쉽지만 국내에서는 출시되지 않는다.
또 영국 태생의 패션 브랜드에서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프레드 페리에서는 올림픽 키트 에디션을, 런던의 감성을 담은 슈즈 브랜드 지미 추에서도 뒤질세라 올림픽 에디션 스니커즈를 내놓았다. 푸마, 뉴밸런스, 리복 등 스포츠 브랜드들도 당연하다시피 소장가치있는 런던올림픽 에디션에 합세한다. 국내에서도 이 여세를 몰아 헤지스, 헤드, 소노비, 제이 에스티나 등 많은 브랜드가 대거 런던올림픽 에디션 제작에 들어갔다.
모두 역사 깊은 패션 도시인 런던의 문화에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스타일리시함까지 갖추어 물욕을 잔뜩 부추긴다.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이슈와 트렌드를 만들어낼 것이 분명한 런던올림픽. 며칠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출시하는 런던올림픽 에디션들은 앞으로 유행할 스타일에 대한 충실한 예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