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現예배당 지으며 묻은 것… 새 건물 지으면서 꺼내 개봉해
'성경 읽자' 등 쓰인 주보 나와
5000원,
500원, 100원, 50원, 10원, 5원, 1원…. 가로 37㎝, 세로 24.5㎝, 높이 12㎝짜리 은색 금속 상자를 열자 지금은 통용되지
않는 빳빳한 지폐들이 쏟아져 나왔다. 1972년 8월 13일자 주보 표지엔 '72년도 생활 목표'로 '항상 깨어 기도하자' '매일 힘써 성경
읽자' '예배 출석 힘써 하자' '수입의 십일조를 드리자' 등이 제시돼 있으며 '교우 소식'란에는 '결혼' '별세' 등과 함께 '귀국'
'도미(渡美)'란이 있어 당시의 시대 분위기를 보여준다. '창립 85주년 기념 예배당 정초(定礎) 예배'를 알리는 1972년 8월 15일자
순서지 하단엔 '72-6784'라는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
-
김정섭(오른쪽) 새문안교회 명예 장로와 윤호기 장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미도파빌딩에서 1972년에 넣었던 새문안교회 타임캡슐을 열어보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 자료들은 지난
1972년 8월 서울 새문안교회(이수영 담임목사)가 새 예배당을 건축하면서 머릿돌에 밀봉해 넣었던 '타임캡슐'에서 나온 것들이다. 타임캡슐에서는
그 외에도 깨끗하게 사인펜으로 쓴 당시 교인 명단과 건축 헌금자 명단, 1972년 5월 10일 초판 인쇄된 '관주 성경전서', 서예가 김기승이
제목을 쓰고 운보 김기창이 표지화를 그린 '새문안교회 70년사' 등 10여종의 문서가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상자를 납땜으로 밀봉한 덕에
자료들은 거의 완벽한 상태로 42년 전 새 예배당 건축에 대한 당시 교인들의 정성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었다.
새문안교회는 1887년
언더우드 선교사가 세운 한국 최초의 장로교회. 언더우드 선교사의 서울 정동 사랑채에서 시작해 한옥(韓屋)과 벽돌 예배당을 거쳐 1948년 네
번째로 종탑 예배당을 지어 사용했다. 새문안교회가 강신명 담임목사 시절이던 1972년 새 예배당을 짓게 된 것은 종탑 예배당이 안전 진단 결과
위험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황손(皇孫)인 이구(李玖·1931~2005)씨가 설계한 새 예배당은 당시로서는 드물게 지하 주차장까지 갖추며 한국
모더니즘 건축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재개발지구로 지정돼 건물을 허물고 새 예배당을 짓게 되면서 타임캡슐을 꺼내
개봉했다.
타임캡슐이 머릿돌 속에서 보낸 42년은 건축위원회 서기로 왕성히 활동하던 40대 중년은 80대의 할아버지로, 대학생이던
청년은 장년으로 바꿔놓았다. 지난 17일 새문안교회 사료관에서 만난 김정섭(84) 명예장로는 건축 헌금 명단을 넘기다 "여기 제 이름이
있네요"라며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42년 전 교회 건축위원회 서기였던 김 장로는 "당시는 지금보다 신앙적으로 더 순수한 마음들이었던
것 같다"며 "새 예배당 짓는 데 정성을 다하면서 기대에 부풀었던 그때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당시 건축학과 3학년생이었던 윤호기(62) 장로는
"당시 어렴풋이 소문으로 뭔가 머릿돌 아래에 넣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며 "이번에 건축위원회에서 타임캡슐 개봉 행사를 맡았는데, 이런
자료들이 나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새문안교회의 새 건물은 2017년 완공될 예정이다. 그 이전까지 타임캡슐에서 나온 자료들은
서울 종로구 당주동 롯데미도파광화문빌딩 내에 임시로 마련된 사료관에서 상설 전시할 계획이다.
문의 (02)731-282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7/21/2014072100053.html?news_Head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