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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王도 이 기막힌 풍광은 몰랐겠지요???

simbang.com(된장과고추장) 2012.08.14 01:22 Views : 1106


한라산의 신선을 만나는 바위문이라는 방선문(訪仙門)의 안쪽에서 내다본 모습. 제주의 하천이 그렇듯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이 없지만 계곡을 타고 밀려 내려온 거대한 암석에는 풍류를 즐기던 옛 선인들이 새겨 놓은 글귀들이 빼곡하다.

제주에서 가장 빼어난 명소를 꼽으라면 어디를 들 수 있을까요. 한라산이나 일출봉, 혹은 우도나 천지연폭포…. 아마도 이런 곳들이 꼽히겠지요.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300~400년 전에는 이곳이 제주 최고의 명소로 꼽혔던 모양입니다. 다름아닌 제주시의 ‘방선문’계곡입니다. 옛사람들은 한라산에 신선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계절을 가릴 것 없이 운무가 척척 걸리거나 산수화 풍경을 그려 내는 한라산의 모습에서 신선을 보았던 것이지요. 옛 선비들이 그 신선을 만나러 갔던 계곡이 방선문계곡입니다. ‘찾을 방(訪)’에 ‘신선 선(仙)’, 그리고 ‘문 문(門)’자를 쓰니 풀어 보면 ‘신선을 찾아가는 문’이란 뜻입니다.

방선문은 한라산에서 흘러내린 계곡 한가운데 있는 구멍이 뚫린 바위문입니다. 이 바위문 주변에서 옛사람들은 계절을 감상하기도 하고, 풍류를 즐기기도 했으며, 돗자리를 깔고 선비들끼리 시서화를 겨루기도 했다지요. 방선문계곡에는 옛사람들이 남긴 글귀들이 빼곡한데, 요즘으로 치자면 대학가 앞 선술집의 낙서처럼 어지럽습니다. 곳곳에 숨어 있는 글귀까지 다 헤아려 보면 줄잡아 200여 개가 넘는다는군요. 제주의 다른 계곡이 다 그렇듯 큰비가 아니면 물이 없는 곳이지만, 그거야 예전에도 그랬을 터. 거대한 돌들이 뒹구는 계곡 속에 돌문이 신비롭기도 했지만, 옛사람들이 신선을 만나러 왔다가 못 만나고 돌아간다는 한탄과 아쉬움을 담은 글귀의 풍류도 못잖았습니다.

제주야 누가 뭐래도 이국적인 분위기와 빼어난 자연풍광이 으뜸이어서 여행지로는 물론이거니와 ‘살고 싶은 곳’으로도 꼽히지만, 한때 제주는 육지에서 온 유배객들에게 가혹한 형벌의 땅이었습니다. 그 유배의 흔적과 이야기를 더듬어 찾아갑니다. 추사 김정희의 대표적인 걸작인 ‘세한도’는 그가 제주 유배 때 그린 그림입니다. 방선문도 조선 말엽의 대쪽같았던 선비 면암 최익현의 유배 행로를 따라가다 만난 곳입니다. 여기다가 유배 이야기 중에서 가장 극적이면서 압권이었던 붉디붉은 홍랑의 사랑이야기까지 보태서 들려드릴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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