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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의 2박 4일 _ 이토록 뜨거운 순간

simbang.com(된장과고추장) 2012.08.14 01:27 Views : 1142

논스톱 쇼핑과 스파, 식도락의 천국으로 꼽히는 방콕. 익숙한 듯 낯선 매력으로 가득한 그곳에서 보낸 숨가쁜 2박 4일의 일정.

1_ 방콕에 왔다면 세계적인 수준의 스파를 꼭 체험해보자
2_ 호텔 지하에 위치한 일식집 쓰(Tsu), 사케 바의 이름은 나미(Nami)로 두 곳을 합하면 쓰나미!
3_ 방콕의 가장 번화가 중 하나인 쑤쿰빗 대로변에 위치한 JW 메리어트 호텔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벗어나자마자 사우나 같은 습한 열기가 온몸을 덮치자 비로소 태국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결코 짧지 않은 약 6시간의 비행 시간. 방콕은 이번이 세 번째 였지만, 그보다 가깝고 자주 방문했던 다른 어떤 도시보다 친숙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여행을 떠날 때 기대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주일 미만의 짧은 일정으로 느긋한 휴가를 즐기기에는 방콕만 한 곳이 없다는 것이 여행 좀 다녀봤다는 나와 주변 친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선 느끼기 힘든 특유의 이국적인 매력, 싱가포르나 홍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가 제공해주는 여유로움, 캄보디아나 베트남보다 상업화된 대도시의 편리함 덕분에 적당히 게으르고(러시아워의 끔찍한 트래픽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요금 덕분에 어디나 택시로 이동이 가능하다), 맛있는 것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태국 음식 마니아를 자청하는) 나와 지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같은 곳이었다.

또한 가격 대비 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다양한 컨셉트의 호텔이 많아 이번에는 어떤 호텔에 묵을까 하는 즐거운 고민거리도 기다리고 있었다. 2박 4일의 출장을 위해 내가 선택한 곳은 방콕 시내 중심부인 쑤쿰빗 거리에 위치한 JW 메리어트 호텔이었다. 편리한 교통과 풍성한 조식, 짜오프라야 강변에 위치한 특급 리조트 호텔 못지않은 훌륭한 야외 풀장으로 짧은 일정 틈틈이 여가를 즐길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었다. 다음 날 아침, 해외 일정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호텔 조식을 꼽는 나이건만 눈을 뜨자마자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야외 풀장으로 향했다. 20대의 마지막 여름을 빛내주리란 기대로 거금을 들여 구입한 플라워 패턴 비키니를 볼록 나온 배로 입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1,2_ 동남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호텔의 야외 수영장
3_ 모던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JW 메리어트 호텔의 디럭스 룸
4_ 국내 백화점을 연상시키는 센트럴 칫롬

야자수로 둘러싸인 풀장은 작지만 내실 있는 자쿠지까지 갖추고 있었다. 아침 햇살 아래 미지근한 풀에 노곤한 몸을 담그자 전신을 짓누르던 피로와 스트레스도 물속으로 함께 흩어져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야외 풀장에서 망중한을 즐긴 후 뷔페로 향한 나는 무려 다섯 접시를 먹어 치웠고, 그 후로도 쭉 이어진 방콕에서의 맛집 탐방으로 새 비키니의 세상 구경은 슬프게도 이것이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오후에는 센트럴백화점의 홍보 담당자인 패트라가 호텔을 찾았다. 그녀의 빨간 폭스바겐을 타고 맨 처음 향한 곳은 센트럴 칫롬이었다. “얼마전 레노베이션을 거쳐 한결 모던해진 모습으로 거듭났답니다. 특히 다양한 로컬 디자이너 섹션과 높은 수준의 푸드 로프트로 유명하지요.” 외관부터 한국의 백화점을 연상시키는 센트럴 칫롬은 내부 구조 또한 국내 백화점과 매우 닮은 꼴을 하고 있었다. 동선 이동이 편리하고 쇼핑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로, 방콕의 거대한 멀티플렉스 쇼핑 센터 이용에 부담을 느꼈다면 서울의 백화점과 흡사한 센트럴 칫롬을 방문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패트라의 설명대로 다양하게 갖춰진 태국 로컬 디자이너들의 숍과 여행자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할인 쿠폰, 편리한 택스프리 시설 또한 인상적이었다. 방콕에 가면 꼭 구입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속옷인데, 센트럴 칫롬의 와코루에서 엄마와 여동생, 내 몫의 브래지어를 스무 개도 넘게 구입해서 카운터에 브라 탑을 쌓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었다. 국내 가격의 5분의 1 수준이다 보니 신용카드를 내미는 손은 점원의 의아한 시선에도 개의치 않고 감격으로 떨리고 있었다. 푸드 로프트에서 양꿍과 그린 커리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이동한 곳은 센트럴 월드. 왠지 낯이 익다 했더니 처음 방콕에 가족과 함께 놀러 왔을 때 점심을 먹었던 대형 쇼핑몰이었다. 방콕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힌다는 엄청난 규모로 쇼핑몰뿐 아니라 영화관, 마사지 숍, 스파와 뷰티 살롱, 푸드 코트 등을 갖추고 있어서 논스톱으로 하루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거대한 멀티플렉스였다.

1_ 센트럴 월드는 젠(ZEN)과 이세탄 백화점과도 연결되어 있다
2_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교차하는 감각적인 인테리어
3_ 전통적인 스파 브랜드 쇼핑 또한 방콕 여행의 묘미
4_ 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로컬 디자이너 세나다의 숍
5_ 꽃을 닮은 형태가 독특한 센트럴 월드의 조명

아직 국내에 론칭 전인 톱숍뿐 아니라 아시아 최초의 유니클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포함한 다양한 SPA 브랜드 숍, 디사야(Disaya), 세나다(Senada) 등 인기 절정의 태국 로컬 디자이너 숍, 한 앤 탄(Harnn & Thann), 카르마카멧 시크릿 월드(Karmakamet Secret World) 등 세계적인 명성의 태국 스파 브랜드 또한 놓칠 수 없는 볼거리. 나는 카르마카멧 시크릿 월드에서 복숭아 향의 보디로션과 향초를 구입했다. 모두 나 자신을 위한 선물로, 인도의 향을 품고 있다는 초를 켠 채 평화로운 마감 기간(과연?)을 보내리라 다짐해보았다. 친구들을 위한 선물은 내부에 위치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구입했다. 매콤한 양꿍 컵라면과 말린 망고, 파인애플 스낵이 산을 이루는 위태위태한 카트를 끌고, 방콕 현지에서만 구입 가능한 주전부리를 버선발로 환영할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또 한번 점원의 미묘한 눈빛을 기쁘게 감내할 수 있었다.

쇼핑몰 투어를 마치고 나서는 1층에 위치한 마사지 숍에서 전통 태국식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고급스러운 내부와 프로페셔널한 마사지사의 손놀림(?)은 더없이 만족스러운 두 시간을 선사했다. 뭉쳐 있던 온몸의 근육이 젤리처럼 말랑말랑하게 풀어진 기분에 숍을 나서는 발걸음이 이보다 가벼울 수 없었다. 마지막 날. 체크아웃 후 짐을 맡겨놓은 호텔로 돌아오니 공항 이동 전까지는 아직도 두 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도어맨의 에스코트로 16층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 들어서자, 벌써 스낵 타임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출장이었다고는 해도 짧은 일정으로 머문 방콕을 떠나려니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었지만, 마지막 식사를 더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아마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확신 때문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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