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이 밝기도 전, 새벽같이 일찍 일어나 아내와 함께 투표소로 향했다.
투표 시작 20분 전에 도착해 우리가 첫 번째로 소중한 표를 행사했다.
어젯밤에 함께 연습하고 준비한 대로 차분하게 투표를 마치고 나왔다.
하지만 투표하러가는 차안에서 아내가 건넨 한마디에 마음이 몹시 상하고 말았다.
"어제 성경 읽었어?"
그저 지나가는 가벼운 질문이었을 수도 있는데, 그 순간 내 마음에는 커다란 가시로 와서 박혔다.
마치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숙제 검사를 맡는 학생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아내에게 이런 잔소리나 점검을 받아야 하나 싶은 생각에 자존심이 세차게 흔들렸다.
그 뒤로 마음은 내내 불편했고, 서운함과 억울함이 가시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그릇이 더 넓고 깊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작은 말 한마디에도 이토록 쉽게 상처를 입고 무너진다.
결국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아내에게 싫은 내색을 내비쳤고,
그 여파로 아내 역시 오늘 하루 종일 마음 무거워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달에는 서로 배려하며 한 번도 다투지 않고 참 잘 넘어왔는데,
이번 달은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말다툼으로 문을 열게 되니 속상하다.
조금만 더 유연하게 웃어넘길 수도 있었을 텐데, 아직도 내 감정을 온전히 다스리는 일에는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내 마음이 불편한 만큼 하루 종일 서운했을 아내의 마음도 눈에 밟힌다.
나를 판단하거나 점검하기위해 한 말이 아님을 알기에,
여전히 내 능력으로는 안되지만 나도 이제는 조금 더 넓은 마음과 품어줄 수 있는 유연함을 구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한다.
잠언 16장 32절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