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의 첫날이자 일요일인 오늘,
예배 후에 소중한 모임들로 마음을 채우며 하루를 보냈다.
교회 북클럽 모임과 소그룹 모임이 있었다.
오늘 소그룹 모임에서는 한 멤버분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에서 은퇴하신 느낌을 나누었다.
그 소식은 내게 많은 생각을 조명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은퇴를 조금은 부러워하는 아내의 마음이 느껴졌다.
치열하게 살아온 세월 끝에 마주하는 쉼은 얼마나 달콤할 것인가.
하지만 동시에, 평생 현역으로서 "내게 은퇴는 없다"고 말하는 내면의 소리도 함께 듣고 있었다.
문득 아내가 평소에 내게 해주었던 말이 생각났다.
"가장 복받은 일은 내가 하고 싶고, 잘하고, 다른 사람에게 유익한 것을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은퇴라는 사회적, 통념적인 제도를 넘어,
인간이 삶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복되고 가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직업(Vocation)'이 아닐까 싶다.
은퇴가 없다는 것은 어쩌면 멈추는 선 없이, 다른 이들에게 계속해서 유익을 나누며 끊임없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축복일지도 모른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떠밀리듯 계속해야 하는 노동은 삶을 지치고 불행하게 만들지만, 일 자체를 즐기며 나아가는 것은 축복이다.
은퇴라는 제도가 주는 해방감도 크겠지만,
내가 주체가 되어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내 삶의 속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단단하고 행복한 삶은 없을 것이다.
아내가 언급한 일을 즐기며 할 수만 있다면, '은퇴가 없다'는 것은 끝없는 의무가 아니라 평생에 걸친 즐거운 여정이 될 수도 있다.
"오늘이 계속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녁에 아내가 쉬면서 던진 그 한마디가 우리가 아직 현역에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아직은 마주할 일이 있기에, 이 쉬는 날이 이토록 소중하게 느껴지는 뜻일 테니까.
쉼과 일이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었던 11월의 첫날 밤.
내 삶의 주인이 되어 평생의 즐거운 여정을 계속하고자 다짐해 보며 오늘을 마무리 한다.